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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을 바로 이해하자. |
오늘 올해 처음으로 섭씨 4도로 기온이 떨어졌다. 서울지역은 오는 11월 27일 경부터 본격적인 겨울날씨가 시작된다고 한다. 갈수록 겨울 기온은 추워지고, 눈도 많이 내릴 것이라고 한다. 바람이 초속 1m 강해질수록 체감온도는 섭씨 1.6도 떨어진다고 한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팀이 '응급실 기반 한랭손상 및 저체온증 조사 감시체계 시범사업' 결과 체감온도(Wind chill index)가 1℃ 떨어질 경우, 저체온증 의심사례는 8% 증가했다고 한다. 추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참호족, 동창, 한랭두드러기, 동상, 저체온증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저체온증의 경우는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나 응급처치를 할 경우 살 수 있기 때문에 병원으로 신속히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저체온증은 추운 환경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한랭 노출 등 환경적 요인이나 외상, 갑상샘기능저하증과 같은 질병 등의 이유로 방광이나 항문 바로 위의 직장에서 측정한 중심체온이 섭씨 35도 이상의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섭씨 35도 미만)을 말한다. 온도에 따라 3단계인 32~35도를 경도, 28~32도를 중등도, 28도 미만을 중증으로 나눈다.
저체온증이 사람에게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서는 주로 역사적인 전쟁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는데, 가장 초기자료는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서 나폴레옹의 주치의인 도미니크 장 라리가 기록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에 노출된 프랑스 병사들의 의식장애와 신체적인 어려움을 기술했는데, 특히 모닥불에 가장 가까이에서 치료받던 저체온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다고 기록했다. 그 이유로 반복적 냉동과 해동의 과정이 조직의 손상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모닥불 옆에서 빠르게 몸을 덥히는 과정을 지양하고 눈으로 사지를 문질러 천천히 가온시키는 방법을 유행처럼 사용하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1956년 중증의 저체온증 환자를 신속 가온 과정을 통한 성공적인 소생 증례가 발표됨으로써 더 이상 추천되지는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연합군의 병력 20만 명이 추위와 동상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했고, 한국전에서는 미국군의 총 사망병력의 10%가 추위 때문이었다는 등의 기록이 남아있다. 1970~1979년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10년 동안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은 4,826건이며, 이들의 평균연령은 50대이며 가장 흔한 유발 요인은 음주, 영양결핍, 적절치 못한 주거 공간이었다. 특히 최근의 도시 노숙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주거환경과 스키, 등산, 스쿠버다이빙 등 야외 스포츠 활동의 빈도가 늘면서 저체온증 환자의 발생과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추위에 노출될 경우 몸이 떨리는 현상이 생겨 기초대사량을 5배까지 증가시킴으로써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데, 몸 떨림에는 한계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몇 시간 뒤에는 미미하고, 중심 체온이 섭씨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몸 떨림의 방어기전이 작용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방어기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열 손실을 증진시키는 복사, 전도, 대류, 증발의 네 가지 상황이 생기면 저체온증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 신체에서의 열 손실은 복사가 60%, 전도 및 대류가 10~15%, 피부 및 호흡기에서의 수분 증발이 25~30%를 각각 차지하지만, 바람이 불거나 물에 젖거나 날씨가 추운 경우 전도 및 대류에 의한 열 손실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소아들은 상대적인 체표면적이 성인보다 넓어 열 손실이 많아지고, 고령환자들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이나 혈관의 방어기전 저하로 일반적으로 청년층이 잘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추위에도 쉽게 저체온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외상에 의한 뇌신경계의 기능 저하로 인한 열 조절 능력에 장애가 생기거나 대량 출혈에 의한 쇼크증상으로, 가온되지 않은 수액 및 수혈 등의 치료에 의해서 올 수도 있다.
추위에 오래 노출되거나 갑상샘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 뇌하수체기능저하증, 저혈당증 등 질병이 있거나 수면제 등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 저체온증이 쉽게 발생한다. 특히 술을 마신 경우에는 중추신경계의 기능을 저하시켜 사지 말단부위의 혈관 확장을 유발해 복사에 의한 열 손실이 크게 증가하여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우리 몸은 심장에서 멀수록 더욱 추위를 탄다. 목과 더불어 강추위에 약한 부위는 심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몸의 말단부, 즉 손, 발, 귀, 코 등이다. 팔보다 손, 다리보다 발에 온도를 느끼는 감각 수용체가 많아, 추위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추위를 많이 탄다. 손 피부 1㎟ 안에는 240개의 감각 수용체가 있다. 피부의 감각 수용체가 차가움을 감지하면 이는 말초신경을 통해 대뇌 피질로 전달되어 '추위'를 느끼게 되면, 자율신경 중추인 시상하부는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명령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신체는 몸을 떨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땀 분비를 줄여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저체온증 환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와 짜증을 내거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권태감, 피로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추운 날씨임에도 갑작스럽게 옷을 벗거나 몸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흔드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저제온증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 동료들이 빨리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한 다음에는 더 이상 체온을 잃지 않게 해주고, 중심체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즉 환자의 젖은 옷은 벗기고, 마른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주며, 겨드랑이, 배 위에는 핫팩이나 더운 물통 등을 두거나, 여의치 않으면 직접 사람이 껴안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담요로 덮어 주는 방법은 시간당 섭씨 0.5~2도의 중심체온 상승효과를 볼 수 있어서 경증인 경우 이 정도의 처치로도 충분하지만, 중등도 이상에서는 불충분하다. 신체를 말단 부위부터 가온시키면 오히려 중심체온이 더 저하되는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흉부나 복부 등의 중심부를 가온해야 하고, 작은 충격에도 심장이 심실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쉽게 발생해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최소한의 자극을 주면서 다뤄야 한다. 현장에서의 처치와 함께 119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외출할 때 옷은 물론 신발, 모자 등도 잘 챙기고 나서야 몸의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겨울에는 날씨 탓에 건조성피부염·주부습진·아토피피부병 등 각종 피부질환부터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뇌중풍)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옷차림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어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두껍거나 몸에 딱 붙어 조이는 옷을 입으면 중풍, 심근경색 등이 오기 쉽다. 건강한 겨울을 보내기 위한 복장 선택 기준은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우리 몸 가까이 여러 층에 걸쳐 따뜻한 공기를 많이 잡아 둘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절연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모직은 습기를 함유하여 오한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수분 배출이 좋고 방풍과 방수 효과가 있는 기능성 섬유로 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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