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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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의사회 잡지]달리기의 마지막에는 항상 나를 기다리는 또 다
[서초구의사회 잡지]달리기의 마지막에는 항상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탄생이 있다

우리 삶이 계속 이어지듯이, 주자들 앞에는 항상 빨리 달려 볼 것을 유혹하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삶과 길은 계속 이어지지지만 한순간 모든 친숙함을 벗어나 정지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수고와 적지 않은 고통을 겪으며 벗어나야 할 초월적 차원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결국 우리를 가득 채워야 할 것이 오히려 우리 안에 끝없는 공허감과 그로 인한 갈등을 키운다. 그런 마법의 공간에서 겨우 빠져나온 주자는 자기 자신을 배반할 수도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소멸되지 않으려는 욕망의 무한함은 삶과 길이 늘 손닿는 거리에 있으리라는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에, 내가 말할 수 있는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단번에 얻을 수 있다. 달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흥겨움과 희열 앞에서는 충만함의 감정과 세상 속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결핌감 사이에서 강렬한 갈등을 느낀다.

나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내가 달리면서 내뱉는 거친 숨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일종의 깨달음을 얻는 체험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 자신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그렇게 고귀한 체험을 조금이라도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히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무한한 힘이 너무도 친밀하게 뒤덮어 와서 가슴 속에서 조금 전에 느낀 깨달음의 무게가 가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내뱉은 거친 숨소리가 한순간에 나와 세상의 구분이 없어지며 세상을 나의 내면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표면적인 '나'라는 자아에만 매달리며 일상적인 시간들로 점철되는 '현실'이라는 하나의 차원에서만 살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른 차원들과 한데 얽히고, 일상적인 활동들과 충돌하기도 한다. 산과 강, 샘과 물, 호수와 숲, 언덕과 동식물들은 단순히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영물들이다.

모든 장소가 나의 인생처럼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두 개 이상이 서로 겹치는 어는 한순간 나는 그것을 매개로 어떤 초월의 형태를 마주한다. 물론 가끔씩 어떤 힘을 지닌 장소에서는 언제나 자신만의 감수성을 응축시키고 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주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길 위를 누비고 다니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자신이 달린 것에 늘 감탄해 마지않으며, 마치 복제한 예술품처럼 자신이 본 것을 표현한다. 그런 움직임을 통해서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만든다.

달리다가 갑자기 하늘을 바라보는데 구름의 모습이 연꽃잎을 닮은 듯 숭고하리만큼 아름다울뿐더러 허공에 매달려 있는 꽃잎처럼 보인다. 스스로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이 남아 있는 한 길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추억도 길위에서 맞는 빛의 찬란함이나 바람의 서늘함을 되돌려주니는 못할 사실을 알지만, 그 모든 것은 항상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 이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지금 내가 더 열심히 달리도록 부추기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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