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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천천히 달립시다. 또 사망사고랍니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간다. 예로부터 집단으로 농경생활을 해온 우리 민족은 외부에는 배타적이면서도, 안으로는 집안친척과 같은 유대감이 특징이다.
유교의 영향으로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 이익이 되는 것과 손해가 되는 것, 아름다움과 추함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말로는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 속으로는 가장 많이 나누고 있으면서 단지 표현만 하지 않을 뿐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적과 동지라는 당파가 생기고 분열이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라톤에 대한 태도도 똑같다. 단지 마라톤은 자기 이외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마음속의 자기와의 문제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마음 속의 자신과 잘 타협이 이루어지면 처음에 계획했던 건강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겠지만, 적절한 타혐이 실패하면 그대로 부상이라는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러너스 하이'라는 일종의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을 목표로 하여 달리기를 하면 '이제나 저제나' 아무리 기다리고 훈련을 해도 결코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아무 생각없이 달리기에 몰입할 수 있을 때, 즉 달리기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을 때 전혀 예고없이 한번씩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러너스 하이는 대부분 그 상황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것이지, 달리는 도중에 '아! 내가 러너스 하이 상태에 들었구나!'하고 자신의 의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제도 10km 대회에도 몇 번 참가한 적이 있는 50대 남자가 창원에서 개최된 10km 건강 달리기 대회에서 완주 후 곧이어 사망을 하였다고 한다.
중년이후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대회 완주시간을 목표로 하면 안된다. 단지 대회 참가와 완주 그 자체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힘든 생활이력을 벗어나서 이제부터라도 조금 마음을 풀고 즐겁게 달려보는 것, 이 즐거움을 목표로 해야한다.
제발 천천히 달리자. 평소보다 더 느리게 달리면서 주위에 같이 달리는 사람들의 구경도 하고, 그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같이 이야기도 나눠보면서, 주로를 감싸고 있는 풍경들도 구경하면서 말 그대로 마라톤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달려야 한다.
주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자기 신체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신경쓸 겨를도 없이 두 눈을 부릅뜨고 앞만 보면서 달려서 무얼 얻겠다는 말인가?
달리는 속도를 늦추자.
달리다 길가 공중전화 부스를 보면 집에 있는 아내에게 콜렉트콜로라도 전화를 걸어보자. 한결 기분이 좋아지고, 러너스 하이도 느끼며, 우선 달리는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그런 건강을 얻기 위해서는 천천히 즐겁게 달리자.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지구사랑 달리기 클럽/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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