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 음식에 대해 많이 알거나 맛을 찿아다니는 사람을 미식가라 한다. 우선 미식가하면 언뜻 떠오르는 생각은 음식맛을 기차게 알아맞히는 사람으로 생각되지만, 사전적인 뜻에 의하면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이나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사실은 맛의 감별사 정도의 역할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을 식도락가라고 하며, '어떤 사물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소중히 보호하는 사람'을 애호가라고 한다.
마라톤 애호가들은 음식으로 치면 식도락가 정도 되겠다.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은 우선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손맛과 정성이다. 참가자에게 좋은 마라톤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편안한 대회여야 할 것이다. 대회는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정성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그런 생각과 정성이 모여 그 대회의 배경과 문화를 만든다. 요즘의 마라톤 대회를 음식에 비유하면, 전주에서 파는 콩나물 넣은 해장국이라해서 전부가 전주 콩나물 해장국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오직 전주 콩나물 해장국의 독특한 맛을 아는 사람만이 전주의 특산품인 콩나물 해장국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또 같은 비빔밥이라도 전주 비빔밥과 진주 비빔밥은 맛과 향이 틀리다. 그만큼 그 음식에 따른 배경과 문화가 틀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느 날을 잡아 주로를 확보해 두고 사람들은 모아 달리기만 한다고 모두 마라톤 대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대회를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마라톤에 대한 느낌(feeling)이 그 대회를 얼마나 대회답게 만드는가를 결정한다. 참가자들을 단지 그냥 지나치는 일회성 관광객으로 봐서는 앞으로 계속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가 없다. 요즘 대학생들이 어려운 와중에도 너도 나도 여건만 되면 단 6개월이라도 언어연수를 직접 그 나라에 가서 받고 싶어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회화는 충분히 배울 수가 있지만, 느낌- 그 필링(feeling)을 전달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대회에 계속 사고가 생기고 있다. 음식 맛이나 대회 느낌이나 모두가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생각이 은연중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은연중의 개인적인 무관심이 사고를 부르는 것이다. 그사고의 결과는 금쪽같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똑같다. 나의 무관심이나 무지 때문에 내 가족이 희생된다고 생각해 보자. 이게 과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계속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어야 할 일인가?
참가자도 자신이 달리기를 좋아하고, 마라톤 애호가라면 전문가답게 주로상에서의 건강위험에 대해 자신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며, 전문가가 아니라면 더욱더 마라톤이라는 장거리 달리기의 위험에 대하여 스스로 조심할 줄 알아야 한다. 초심자가 혼자서 1박 이상의 깊은 산 등산을 혼자가기 어려워하는 것과 똑같다. 자신을 지킬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사전에 알고 예방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미식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마라톤 대회 조직위에서는 자신들이 가입한 마라톤 관련 보험의 내용(심장마비 관련 사항이 필히 포함되어야 함)을 대회 공고시에 발표해야 하며, 주로 상의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을 같이 발표를 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이런 대회주최측의 안전대책을 잘 확인하고 그 대회 참가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런 대책이 없는 대회안내는 꼭 게시판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질문을 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만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이 운이 없었다고 자책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루 세끼 중 한번 사먹는 점심도 대부분 맛 있거나 영양가 있는 집을 찿아 먹는데, 하물며 일년에 한두번, 많아야 한달에 두세번 참가하는 대회를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만 보고 참가하거나 권한다는 것은 책임있는 애호가로서의 할 일이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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