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아프면 기분이 나빠진다. 만성적 통증은 심지어 우울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통증 그 자체로 괴로워하다가 나중에는 통증보다도 통증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우울감에 더 힘들어하게 된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만나는 통증 환자들은 우울감도 함께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과 감정을 처리하는 두뇌 영역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좋은 기분이 되면 고통 또한 잘 느끼지 않게 된다.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은 아플 것만 같다는 예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만성 통증은 또 다른 만성 통증을 몰고 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는 통증이 줄어드는 것이 얼마나 멋진지 알 수 없게 된다.
우리 몸은 주관적으로 아픔을 겪을 수 있다.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는 어린이가 주사를 맞기도 전에 울거나 상처가 나서 봉합하기 전에 먼저 맞는 국소마취주사가 아플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주사를 맞지 못하는 어른들이 좋은 예다. 통증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면 전혀 통증에 대한 준비없이 맞을 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불편한 느낌의 강도는 먼저 통증이 어느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에 결정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강한 통증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 실제로 괴롬힘을 당한 신체부위가 보내는 신호의 결과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자극이 일어나기도 전에 먼저 생각 속에서 두뇌의 여러 영역에서 활발한 신경 활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 인식하는 신체 지각의 길들이 실제적 통증 자극이 일어나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활짝 열리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생각의 힘은 모르핀 주사에 못지 않게 통증을 줄여준다. 이틀간 늘 같은 시간 간격을 두고 뜨거움의 강도를 '최소'에서 '중간'을 거쳐 '최고'로 높여 자극을 받은 실험 참가자가 그저 '중간'을 예상했던 시점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가장 뜨거운 '최고 열기 자극'을 받았을 때 느낀 통증의 지각정도는 강한 자극을 예상하고 소호한 실험의 경우보다 28% 적어졌다. 모르핀 주사로도 줄어드는 통증의 정도는 30%에 불과했다.
수도승이나 요가수련자 못지 않게 평범한 사람도 자신의 통증 지각에 얼마든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환자의 일상에 엄청난 축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통증은 단순히 알약 처방 이상의 수준에서 다스려져야 한다는 의미다. 뇌가 통증의 척도를 미리 결정하기 때문에 이 능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달리기를 시작하여 운동 프로그램에 따르지 않고 기분에 따라 갑자기 거리나 강도를 늘이게 되면 무릎 앞쪽에 통증이 온다.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이라는 흔한 과사용 부상의 하나다. 2~3일 쉬었는데도 다시 달리면 또 통증이 나타나거나 더 심해지면 두려워진 나머지 아예 달리기를 피하게 된다. 불편해서 찾아간 의사들 역시 흔히들 아프면 운동을 중지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
이처럼 수동적으로 지켜보기만 하고 운동을 쉬고 있으면 그 동안 만들어진 근육들이 다시 사라지고 애초의 운동하지 않던 상태로 몸 상태가 후퇴하게 된다. 그러다 '다시 한번 달려볼까!' 하고 예전의 운동하던 강도로 달리면 약해진 몸은 그 운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부상이 재발하게 된다. 나는 달리다 부상으로 달리지 못하고 찾아온 환자들에게 무작정 운동을 쉬기보다 통증이 없는 한도 내에서 달리기나 교체훈련을 계속하도록 권한다.
평균 연령 24세의 무릎 통증을 느끼는 환자 130여 명을 절반은 운동을 쉬게 하고, 절반은 6주간의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장딴지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스트레칭과 균형감각을 키우는 정적 수축운동 등 근육훈련을 실시한 네델란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3개월 운동그룹이 운동 중이나 휴식 시의 관절 유연성이 좋아지고 통증 호소도 별로 없어졌으며, 1년 뒤에는 다리 근력을 강화한 참가자들에게는 여전히 통증호소가 없었다.
운동을 쉬지 않으면 계속 신체활동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으면서도 다리 근육을 튼튼하게 키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일이다. 내 몸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은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내가 강하다는 기분을 심어준다. 나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내 몸이 하는 소리에 집중하는 주의력이 아픔을 줄여준다. 반대로 말해서 통증에서 눈길을 피한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허약해서 참아낼 수 없다는 반증이며, 그만큼 아픔은 심해진다.
작성자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