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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까? |
달리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즐거워집니까?
아니라구요? 스트레스만 쌓인다고요?
그렇다면 달리기를 던져버리십시요. 그리고 한 걸음 나 앉아 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그렇게 달리기에 빠지게 되었는지 되돌아보십시요.
달리기가 나를 당긴 것이 아니고, 내가 그렇게 빨리 가까워지기를 원하지 않는 달리기를 억지로 끌어당기지는 않았습니까? 만약 그랬다면 먼저 사과하십시요. 만약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원한다면, 나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기보다는 달리기의 입장도 옳다고 인정해 줍시다. 그러면 달리기 역시 지금까지의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고 나를 향해 화해와 우정을 위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열 것입니다.
달리기 훈련이나 대회 출발시간에 늦어서 안절부절 해본 적이 있습니까? 예상 완주시간보다 많이 늦어서 마음이 상한 적이 있었습니까? 달리기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잘못 이해하고 비판한 가족 때문에 좌절했던 적이 있습니까? 선도적으로 참가비를 해마다 올리는 모 일간지에 대해 적개심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까? 달리다가 혼잡함 때문에 앞사람의 뒤꿈치를 차거나 신경써가면서 뱉은 가레침이 뒤사람에게 튀어 당황하고 난처해본 적이 있습니까? 계획한 달리기 훈련이 뜻대로되지 않아 좌절의 늪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까? 마음껏 달린 덕분에 얻은 부상은 잘 낫지 않고 참가신청한 대회일은 다가오고 해서 마음조린 적이 있습니까?
이렇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인생은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만드는 괴로움입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는 모든 일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로 흘러가 주기를 빌고, 또 기대하지만, 세상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집착하고 싸우고 좌절하기보다는 그냥 뜻대로 되지 않는 삶 그 자체를 그 모습 그대로 두고 보는 훈련을 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달리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기대도 없고 화도 나지 않고, 짜증은 더욱더 없습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 문제의식 없이 그냥 그냥 살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달리기 때문에 생긴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수천 수만가지의 어려움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언젠가 극복하기만 하면 될 뿐, 시간을 정해두고 돌파해야할 공격목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달리기는 맞서 싸워야할 대상이 아니며, 함께 춤추며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야할 동료이기 때문입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일하듯이, 운동도 똑같은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순간이 설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자신을 잡아먹기 전에 자신을 추스러고 느긋해지도록 긴장을 풀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이 달리기할 가장 적절한 시간인데...'라고 자신을 흥분시키기보다는 '그래, 달리기는 내일 또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합시다.
그 순간 달리기로 인한 스트레스는 사라질 것입니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더라도 그 상황 자체에는 전혀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골치아픈 달리기를 집착하지 않고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제서야 진정한 달리는 사람, 주자가 되겠다는 목표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입니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부산대학교 마라톤 클럽인 효원 마라톤 클럽의 잡지에 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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