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264219  작성일 200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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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럽게 서브-4하는 방법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이내에 완주한 주자를 서브-4 주자라고 하는데, 4시간 이후 완주자는 뭐라고 할까? "완주가 목표인 사람"이라거나 "수퍼-4(Super-4)"라고 한다. 마라톤 코스의 마지막 10km는 주자의 체력적 시험도 되지만 거의가 정신적인 도전일 것이다. 이 시간 대의 주자들에게는 얼마나 잘 준비를 하였는가와 관계없이 대회 당일의 개인적인 상태나 날씨의 상황에 따라 극락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가 "오늘의 목표는 4시간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컨디션이 좋고 모든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15분이나 30분 정도는 완주시간을 앞당길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말로는 4시간을 의미하지만, 마음 속 일부에서는 3시간 30분에 달렸을 때의 환상적인 즐거움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시간과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환상적인 시간이 다르며, 이런 마음 한 구석의 생각이 완주시간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완주가 유일한 목표인 주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첫 충고는 희망 시간에서 5분 이상의 차이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첫 5km를 계획보다 km당 10-20초 이상 빨리 달리면 완주시간은 30분에서 90분까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 5km를 km당 10-20초 정도 빠르게 달리는 동안 정상 속도로 달릴 때 필요한 칼로리의 3-4배를 소모해 버린다. 대회 전 6일간을 운동량을 줄여 에너지를 비축하고 마지막 3일간의 고탄수화물 섭취와 수분 공급을 통해 추가적인 에너지가 초과 축적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초반 5-10km를 km당 10-20초 정도 빠르게 달리는 것은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너무나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초반에는 항상 마지막 10km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생각해야 초반 오버페이스를 예방할 수 있다.

대회 전날 저녁이나 대회 당일 아침에 불안, 안절부절, 걱정 등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은 우리 몸에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이며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몸이 마라톤을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6개월 사이에 이사를 했거나 아파트를 샀거나 직장을 바꾸었거나 연애를 시작했거나 끝났거나, 가정이나 직장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런 정신적인 에너지 사용 때문에 마라톤 완주는 예상했던 것보다 30-60분 늦어질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마라톤을 달리는 중에 피곤하거나 힘이 들어 도저히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을 때는 마음을 먼저 결승선을 보내는 것이 좋다. 마음이 먼저 결승선에 가서 가족을 만나고 동호인들을 만나고 즐거움을 나누고 있으면 10km 정도의 거리는 몸이 따라와 준다. 나는 힘이 들 때는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앞을 바라보며 내 몸이 자석이 되어 결승선 쪽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상을 하면 느리게 가는 기차처럼 규칙적으로 몸을 앞으로 당겨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35km를 지나면서부터는 더욱 더 모자창을 올리고 시선을 수평선을 바라보는 자세가 좋은데, 머리를 똑바로 세우는 이런 자세에서는 어깨 근육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며 머리의 무게 뿐만 아니라 호흡까지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30km까지는 무아지경에서 달릴 것이지만, 마지막 10km는 따라가던 페이스 메이커에서 떨어져 나와 지금까지 억제해 왔던 페이스의 제한을 풀어 버리자. 나보다 200-300m 앞서 가는 주자를 목표로 하여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칠 때이다. 만약 바로 앞에 가던 사람이 갑자기 멈추어 서서 충돌할 뻔했더라도 그들에게 화를 내거나 흥분하여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때는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걷더라도 달리기 자세를 유지하세요! 힘!"하면서 지나가자.

첫 출전하는 주자들끼리 혹은 동호인들과 함께 출전하여 달리다가 상대방이 더 빠르거나 더 느릴 때는 어떻게 할까? 괜히 같이 출발했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달리기에 사용되어야할 에너지가 벌서 다른 데로 새기 시작한다. 그 때는 마음 속으로 손에 가위를 들고 상대방과 연결된 줄을 잘라 버리는 광경을 떠올려 보라. 우리 몸은 우리 다리가 달리며 닿는 곳, 정확히 단 한 곳에만 존재할 수 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사람과의 연결이 잘라지는 순간 느린 주자들은 느린 대로, 바른 주자들은 빠른 대로 내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만약 꼭 동반주를 해야 한다면 어깨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달리는 것이 좋다. 조금 처지면 따라 잡고자 하는 욕망이 일어날 수 있으며, 같이 가는 주자가 끌어주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뒤에 따라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라톤 중에 어떤 주자를 따라 잡고 싶다면 2-5km를 두고 아주 서서히 따라 잡는 것이 마지막 스퍼트에서 사용할 에너지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금 속도를 올려 짧은 거리에서 다라 잡기는 쉽지만 처음 이야기했던 대로 조그만 속도의 증가도 나중에는 아주 큰 속도 지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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