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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과 달리기 |
춘천에 사시는 50세된 유방암으로 수술하신 여자분이 메일을 보내왔다. 2003년도에 첫 마라톤을 완주한 이 분은 올 3월에 실시한 유방촬영술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유방 멍우리를 9월 말에 우연히 발견하고 10월 초에 수술을 하고, 현재 방사선 치료와 항암요법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춘천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한 10km라도 달려보면 안되겠느냐는 문의였다.
내가 보낸 답변을 소개한다.
안좋은 일은 언제나 예고없이 닥쳐와 우리를 더욱더 낭패스럽게 만들지요. 그렇지만 힘 내십시요. 암은 이제 죽을 병도 아니고 단지 평생 관리해야할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우선 유방촬영상 괜찮다고 해서 암이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유방에 생기는 암덩어리 5개중 한 개는 유방촬영에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유방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암이 전이되기 전인 1기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은 전체 환자의 50% 정도가 10년 이내에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 보면 암이 전이되지 않은 1기 환자의 25~30%, 림프절로 전이가 된 환자의 75~80%가 10년 내에 재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했다고 해도 보조요법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거의 매일 생선을 먹는 일본여성들이 한 주 1~2회 먹는 미국여성들에 비해 유방암 발생륭이 43% 가량 낮습니다. 생선의 지방에는 뇌의 기능을 촉진하는 불포화지방산 DHA와 EPA가 풍부하며 동물실험에서 이들 성분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매일 콩식품인 두부를 100g 정도 먹으면 유방암을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칼슘이 강화된 우유를 마시는 것이 유방암의 뼈전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식이섬유를 하루 30g 섭취하는 폐경전 여성은 섭취량이 20g 미만인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50% 낮다는 연구도 있지요.
비타민 D는 햇볕에 노출되면 몸 안에서 90% 정도 합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인들의 경우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듬으로써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D의 양이 크게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낙농식품, 생선기름, 시리얼 등 비타민D가 많이 함유돼 있거나 비타민D가 첨가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비타민D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인산염과 칼슘 부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영국식품표준국은 비타민D의 하루 권장섭취량을 5㎍으로 정하고 있고, 미국과학한림원에서 정한 비타민D의 하루 섭취량이 2천400유닛(IU/day)이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볼 때 하루 섭취량을 3천800유닛 이하로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부작용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하루에 최소 1천유닛 이상의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일주일에 1~3시간, 하루 30분 시속 3km로 걷는 여성은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사망위험을 25%, 3~8시간 걷는 여성은 50% 각각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량이 많을수록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낮아지며, 운동량이 아주 적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이 유방암의 발생원인이 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혈중 수준을 감소시키며, 이에 따라 유방암 위험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또 운동이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이것이 다시 혈중 에스트로겐을 감소시킴으로써 유방암 위험을 줄어들게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체력을 강화시켜 몸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요.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댄스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일주일에 3~4일 정도 하는 것이 좋다. 테니스나 스키처럼 팔에 많은 압력을 주는 운동은 유방암 수술 후유증인 팔의 림프 부종을 야기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을 받고 있는 중이라도 운동할 만 한 기력이 없는 환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운동을 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운동이 유방암 위험을 최고 5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유방암 진단을 받기 전후에 한 운동 모두 유방암 생존율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이 밝혀졌습니다. 우선 유방암 진단을 받기 전 해에 매주 2~3시간 이상 빠르게 걷기를 한 여성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사망률이 평균 31% 낮고, 유방암 진단 2년이 지난 현재 매주 2~3시간 이상 빠르게 걷기를 한 여성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사망률이 평균 67%나 낮습니다. 유방암 진단 전에는 운동을 하지 않다가 진단 후부터 운동을 시작한 여성도 진단 전후에 운동을 하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위험이 45% 낮아졌습니다. 유방암 환자에게 운동은 생존율을 높이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며, 암치료에 수반될 수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 유방암 학회가 마련한 유방암 재발 방지 지침을 소개합니다.
◇ 수술 후 방심하지 마라 = 유방암 재발률은 20~30%다. 특히 수술 후 2~3년 내에 재발의 위험이 크다. 재발 환자의 70.9%가 수술 후 3년 내 재발하며 92%는 수술 후 5년 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방암 수술 후 완치 여부에 관계 없이 유방암을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여겨야 한다.
◇ 재발 조기발견 노력을 아끼지 마라 = 유방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것처럼 재발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술 후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수술 전 병기가 높았거나, 유방조직이 촘촘한 치밀 유방, 젊은 연령일수록 철저한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회는 수술 후 첫 3년간 매 3개월마다 검사를 하고, 이후에 2년간 매 6개월마다 검사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이 기간이 끝나면 1년에 1회 정기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건강보조식품, 대체요법, 민간요법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마라 = 재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암을 억제하는 물질이 함유된 녹황색 채소, 과일 등을 통한 균형 있는 식사와 충분한 수면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지방, 설탕, 소금, 알코올, 훈제 또는 소금에 절인 음식 등은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일주일에 4시간 이상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 재발 예방을 위해 의사의 치료지침을 믿고 따라라 =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한 잘못된 의학지식에 휩쓸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주치의와의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 항호르몬치료, 항암요법, 방사선 요법 등 자신에게 맞는 재발 치료를 받도록 하자.
◇ 재발에 적극 대처하되, 지나친 두려움과 공포는 금물이다 = 재발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해 유방암 진단 전의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춘천에서는 운동장에서 30km 급수대까지 거꾸로 12km를 걸어가셔서 운동장까지 달려오시면 어떨까요? 규칙적인 조깅으로 힘든 항암치료 과정을 잘 마무리하시고, 언제 주로에서 웃으며 뵙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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