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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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달리려면.....
이제 뜨거운 햇살과 검게 타서 구리빛으로 반짝이는 근육질 피부가 건강의 상징인 계절인 여름이 왔다. 한낮의 눈부신 뜨거운 햇빛 때문에 모자나 양산없이 선뜻 밖에 나가기가 주저되기도 한다. 이런 고온의 날씨에 밖에서 달리는 것은 더욱더 일사병과 같은 열손상의 위험이 높아서 실내에서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시간과 장소를 잘 선택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과 적절한 계획만 잘 한다면 더운 여름철 달리기라고 하여 그렇게 나쁘거나 위험한 것만이 아니라 정말 시원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달릴 수 있다.

첫째, 이른 아침시간에 달리자.
여름철에는 가장 시원하고 가장 고요한 때가 새벽에서 해뜨기 전의 이른 아침이다. 이른 아침만큼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아침 달리기가 적당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주중에 몇 번 저녁에 모여 달리면 점심시간에 혼자 트레드밀에서 달리는 고독을 피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아침에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어두워서 위험할 수 있지만, 여름철에는 빨리 밝아지기 때문에 그런 위험도 거의 없는 편이다.

둘째, 뜨거운 날씨에 적응하자.
더운 날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할수록 체온이 위험한 상태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얼마나 천천히 달리는가는 기준이 없지만 대체적으로 첫 2km를 평소 km당 속도보다 1분 혹은 1분 30초 정도 느리게 시작하자. 더운 날에는 운동근육뿐만 아니라 땀 증발을 통한 체온조절을 위해 피부로까지 혈액을 동시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게 되고, 그래서 같은 운동심박수라 하더라도 운동근육에 도달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서 하체 근육들이 최상의 운동을 할 수 없어서 속도를 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안전하게 점진적인 방법으로 뜨거운 날씨에 적응하는 것이 좋은데, 더위로 인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첫 2주간 속도 훈련은 하지 말고 대부분 30분 정도 한 낮의 더위를 피해 서늘한 아침이나 저녁에 낮은 강도간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속도와 목표를 적응시킨다. 처음에는 평소의 달리는 속도만큼 빠르게 달릴 수도 없기 때문에 필요하면 중간에 걸어도 좋고, 더 짧은 거리를 달려도 괜찮다. 그러나 순응 훈련의 최종 목표는 대회가 치러지는 시간대에 평소의 달리기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훈련받는 동안만 고온 상황에 노출시키고, 나머지 시간은 냉방장치를 사용하면 순응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므로 가능하면 잠 잘 때 외에는 냉방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더위에 순응이 된다는 것은 평소보다 더 묽고, 더 많은 땀이 조금 더 빨리 나기 시작하면서 더운 환경에서의 열손실을 증가시켜 체온상승 효과를 적게 만든다.

셋째, 시원한 코스를 택하자.
여름철에는 강이나 호수, 혹은 바닷가를 따라 물이 가까이 있는 코스를 택하면 다른 곳에 비해 바람이 잘 통해 훨씬 더 시원하다. 설사 똑같은 온도라 하더라도 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곳에 비해 더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연못이나 음수대, 혹은 샤워시설이 있는 장소나 헬쓰센타에서 출발하여 운동을 마친 후에 시원한 물에 몸을 담구거나 씻으면서 달리기의 즐거운 기분을 더한층 상쾌하게 만들 수 있다. 내가 잘 사용하는 방법에는 숲으로 뒤덥힌 산길을 달리는 것도 포함된다. 등산로와 샘물들이 잘 정비된 근교의 산에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일반 주로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싱싱한 기운들을 받을 수 있고 얕은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면 피로함 없이 달리기의 즐거움에 흠뻑 몰입할 수 있다. 여름철 달리기 장소 선택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사항이 급수대이다. 만약 적절한 급수대가 없으면 스스로 물을 준비해서 등에 메거나 허리에 차고 달려야 하지만, 적절한 급수대가 없는 경우에는 사전에 차로 한바퀴 돌면서 몇 군데 적절한 장소에 음료를 숨겨 놓을 수도 있다.

넷째, 체온 변화를 주시하자.
운동을 하면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체온의 대부분이 머리를 통해서 소실되기 때문에 체온소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딱붙는 모자를 착용해야 하는 겨울철 달리기에서는 단점이 되지만, 여름철에는 망사같은 통기성 소재로 만들어진 모자를 조금 헐렁하게 쓰기 때문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간혹 급수대에서 머리에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쓰는 주자들이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각만큼 체온를 떨어뜨리지 못하며 심리적인 안정도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곧 더 뜨거운 짜증만 초래할 수 있다. 그런 것으로 더위를 피하고 체온을 조절하려고 하기보다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여름철 주로에서의 급수는 시간당 300-400cc 정도는 마셔야 하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에는 더 많이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며 달릴수록 체온 조절 기능이 활성화되어 더욱더 즐거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카페인과 알콜은 대표적인 이뇨제이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소변량이 증가하여 탈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더운 날씨 자체가 이미 탈수를 더 빨리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달리기 전의 커피나 차를 통한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고 음주를 자제하거나 조심해야 한다.

만약 달리는 중에 두통이 있거나 머리에서 강렬한 열이 발생하고,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소실되고, 근육이 마음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고, 땀이 많이 나고 피부가 축축해지다가 갑자기 땀이 나지 않고 건조해기면서, 춥다가 뜨겁다 하는 오한이 들고, 복통과 근육경련, 구토나 어지러움이 갑자기 생기면 가장 먼저 열성 질환의 경고증상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이런 증상들이 대책없이 지속되면 결과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면 즉시 달리기를 멈추고 시원한 그늘을 찾아 물을 마시면서 휴식하면서 상태를 재점검해야 한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즉시 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야 심각한 열성 손상에 의한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여름철 숨이 탁탁 막히는 더위 속으로 달리러 나가는 것은 힘들고 피해야 하겠지만, 아침 저녁이나 이른 오전, 혹은 늦은 오후의 시간대에는 얼마든지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심신을 이완시키고 출발 30분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골고루 펴바르고 나서 바람이 잘 통하는 밟고 약간 헐렁한 팬츠와 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가보자.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즐거운 달리기가 바로 거기서 우리를 맞아줄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러닝 라이프 7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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