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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건강이 좋아진다고? |
날씨가 풀리면서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모임 또한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모임이 끝난 후 승용차나 지하철을 이용해 곧장 집까지 직행하던 습관이 '오늘은 기분도 좋으니까 한번 걸어볼까'라며 중간에 내리거나 아니면 아예 집까지 걸어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렇게 해서 걸어 집에 도착하면 다리는 아프지만 ‘하루종일 운동을 못했는데, 걷기라도 했으니까 살이 조금이라도 빠졌겠지’하는 생각에 뿌듯하게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걷기같은 유산소 운동만으로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착각이다. 구두신고 아스팔트를 걸어서는 살 빼는 효과보다는 관절에 무리가 더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서 빠지는 살은 라면 한 개 정도의 칼로리 밖에 되지 않으며, 2시간 이상 오래 걷는 것은 살 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무릎과 발바닥 관절에 충격만 더해줄 뿐이다. 유산소 운동은 20분 이상 해야 체내의 지방이 연소되면서 운동에너지로 사용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장시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살을 빼는데는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유산소 운동만으로 살을 빼고 싶다면 매주 4,5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서 식이요법을 함께 해야 한다.
미국 버몬트대 의대 필립 아데스 박사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관상동맥 질환자들에게 천천히 자주 오래 걷기의 심장재활 효과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심장병 환자는 오래, 천천히, 자주 걷는 것이 짧고 활기차게 걷는 것보다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더 좋았다고 한다. 연구팀들은 심장재활 운동을 받는 과체중 관상동맥 질환자 7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더 자주, 오래 걷기(주당 5~7일, 한번에 45~60분)로 1주일에 3000~3500 칼로리를, 다른 그룹은 기존의 심장재활 걷기(주당 3일, 한번에 25~40분)으로 700~800 칼로리를 소비하게 했는데, 5개월 뒤 더 오래, 천천히, 자주 걸은 그룹은 인슐린 민감성, 콜레스테롤, 혈압과 심장 건강이 더 좋아졌다. 또 오래, 천천히 걸은 사람들은 평균 8킬로그램이 줄었다. 기존의 심장재활 운동을 한 사람들은 3킬로그램 줄었다가 후반부에 1 킬로그램이 다시 쪘다.
처음 걷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착지할 때 체중에 의해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먼저 한강 둔치의 보행자 전용 흙길이나 운동장의 우레탄 탄성 포장 트랙에서 우선 몸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살이 찌거나 관절염, 혹은 관절 부상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관절이 손상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체중이 5㎏ 늘면 무릎관절은 걷는 도중 한번 착지할 때마다 20㎏, 계단을 오를 땐 35㎏의 하중을 더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발에 편안한 달리기 전용 신발을 신고 허리를 곧게 펴고 바른 자세로 걸어야 하고, 얼마나 걷는 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한계가 있지만, 평지를 걸을 때 관절이 아프거나 부을만큼 걸었으면 운동 후에 20분 정도 냉찜질을 해서 관절이 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하루 15~20분 걷기부터 시작해서 익숙이 되면 주당 5~10분씩 점진적으로 늘여간다. 걷는 중에도 무릎이나 발목 등 관절이나 근육에 통증이 오면 그만 걸어야 한다.
관절을 포함한 몸의 한 부위가 갑자기 벌겋게 붓고 열이 나면 급성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는 그 부위를 움직이지 말고 고정시킨 채로 1~2일간 한번에 20분씩 냉찜질을 하면서 쉬게 하는 것이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관절은 사용하지 않고 오래 고정시킨 채 방치하면 관절이 굳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한 번 씩 부은 관절을 최대로 구부렸다가 최대로 펴주기만 해도 관절이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오래 동안 누워지내는 노인들이 힘이 약해서 관절을 움직일 수 없다면 보호자라도 관절운동을 도와서 지속하게 해야 나중에 전신상태가 좋아졌을 때 다시 걸을 수 있는 근력과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의 법칙'에 의해 우리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을 잃게 되는데,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위축돼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하루 한 번씩 관절을 구부리려고 힘을 주면서(깁스를 한 상태에서 처럼 실제로 관절은 구부리지 않으면서) 10초 동안 구부리는 근육에 힘을 준다. 반대로 10초 동안은 관절을 펴는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역시 실제로 관절은 펴지 않는다)을 하면 근력 약화를 막을 수 있다.
쉽게 집이나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근력운동으로는 양다리를 발목에서 X자 모양으로 교차시켜 놓고, 위쪽 다리는 무릎을 구부리려는 힘을 주고, 아래쪽 다리는 무릎을 펴려고 힘을 주거나, 양팔을 손목부위에서 X자 모양으로 교차시켜 놓고, 위쪽 팔은 팔꿈치를 펴려는 힘을 주고, 아래쪽 팔은 팔꿈치를 구부리려는 힘을 준다. 이런 운동을 8~12회 반복할 수 있게 되면 힘주는 시간을 2~3초씩 늘여서 다시 반복하는 식으로 근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힘주는 10초 동안 숨을 참지 말고 편안하게 호흡을 계속해야 숨을 참는 것으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열감이 없이 관절이 부어있기만 하면 급성 염증상태는 벗어난 상태다. 이제 다시 여러 가지 운동을 다 시도할 수는 있지만, 관절이 부었다는 것은 관절 주위조직이 헐거워져 있다는 뜻이므로 평소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았던 동작이나 운동이라도 부은 관절은 쉽게 마모되고 염증도 더 쉽게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운동량을 줄이든가 보조기를 써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노인들에게 가슴 정도 물이 배꼽 높이 이상 물이 찬 수영장에서 물속 걷기운동을 권하는 것도 부력의 영향으로 체중이 무릎에 실리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골관절염으로 연골이 많이 닳기는 했지만 특별히 붓지 않았다면, 평소 좋아하는 운동까지 전부 할 수 있다. 대신 운동량은 주간단위로 단계적으로 조금씩 늘려야 한다. 맨손체조나 요가 같은 스트레칭운동으로 관절의 운동범위를 늘리거나 아령이나 모래주머니를 이용한 근력강화운동으로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그런 다음 2~3주 정도 한번에 30분 정도 빠르게 걷기운동이나 고정식 자전거를 이용해 심폐지구력을 키운다면 어떤 운동이든 시도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방송이나 언론 등에서 관절염에는 이런 이런 운동이 좋고, 다이어트에는 저런 운동이 좋다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관절염이 발생하는 신체부위, 관절염의 진행 정도, 개인의 운동능력과 취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에 따라, 관절염 증상에 따라 적용할 운동법도 다르기 마련이다. 이것을 운동의 개별성의 원칙이라고 하며, 예를 들어 관절염에는 등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똑같은 무릎 관절염이라도 슬관절염은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피해서 체중이 덜 실리거나 운동이나 무릎이 구부러지는 운동을 해야 한다. 물속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운동이 무난한 반면, 슬개대퇴관절염에는 무릎이 구부러지는 운동을 피하고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고정식 자전거운동은 바람직하지 않고, 평지에서 걷는 운동이 좋다. 걷기가 아무리 좋은 유산소 운동이라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만병통치의 명약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호주 모나쉬대학 역학·예방의학 플라비아 시커트니 박사가 50∼79세 건강한 사람 297명을 대상으로 무릎관절과 운동량의 관계를 검토한 결과, 순환기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은 무릎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땀이 나거나 약간 숨이 차고 심장이 뛰는 정도의 걷기 같은 중간 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1주에 20분 이상 하면 건강한 사람의 무릎 연골을 보호하여 나이들어 변형성 골관절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관절 병변이 있었던 사람들에게서는 걷고 나서 관절과 근육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운동 후 2시간 이내에 통증이 없어지면 운동을 계속해도 된다. 그러나 2시간 이상 통증이 계속되면 운동량을 줄이든가 운동방법을 바꿔야 한다. 운동 후 관절이 더 붓거나,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거나, 근력이 약해지거나, 심한 피로가 나타나면 운동 강도를 낮추어야 한다. 여기서 통증은 아프거나 불편감의 정도가 심해서 마음먹었던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거나 변형시켜야 하는 정도의 심한 불편감을 말한다. 그렇지 않는 단순한 근육통이나 불편감은 운동 후 2시간 이내에 대부분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리하게 운동했다가 오히려 골관절염이 악화되고 관절 변형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골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은 전문의와 상의한 뒤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한국 걷기 협회 칼럼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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