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리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혼자 달려야 한다 |
달리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혼자 달려야 한다
달리기처럼 혼자 하는 운동도 페이스메이커처럼 동료가 옆에 있으면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된다. 친구와 함께 하는 운동은 일종의 멀티태스킹이다. 본인의 운동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과 보폭을 맞추고, 둘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가지 않도록 사교적인 시간도 가져야 한다. 원만한 운동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두 명 혹은 그 이상 여러 명이 함께 달리며 웃고 떠들며 달리는 것도 어릴 적 소풍가는 것처럼 유쾌하고 즐겁지만, 제대로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혼자 달리는 것이 좋다. 달리기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유이기 때문에 혼자 달리는 것이 제격이라는 것이지, 완전한 고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속하거나 감속하기도 하는 등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멈추거나 계속 가거나 이 길 혹은 저 길을 따라갈 수도 있다. 서너 명까지는 서로 아무 말 없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듬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교차하며 완전히 균일하고 규칙적으로 달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너 명까지는 함께 달리면서 고독의 순간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달릴 때는 나만의 리듬을 파악하여 그것을 유지하며 달리면 열 시간 이상을 달려도 지치지 않도록 해준다. 이 나만의 기본 리듬은 나의 체력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거나 늦추다 보면 몸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에너지만 소진하고 쉽게 지치고 만다. 나보다 운동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억지로 쫓아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오버페이스가 지속되면 부상을 입거나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운동 친구와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격차가 날 수도 있다. 실력차이는 함께 운동하는데 장애가 된다. 따라서 가급적 운동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엇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만, 실력 차이가 난다고 해서 운동을 함께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나보다 운동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함께 한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동기가 생기고, 실력 향상 속도도 빨라진다.
마치 거울을 마주보듯 친구와 똑같이 운동할 필요는 없다. 운동실력이 뒤처진 친구가 있다면 잘하는 친구가 이를 옆에서 보조하는 것도 일종의 운동이 된다. 운동 목표가 체중감량인 사람도 있고, 기록 향상인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운동하는 동기와 목적이 다르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운동하다보면 자신의 목표보단 상대방 맞춰주기에 급급하게 될 때가 있다. 만약 사교적인 목적이 동반되길 원한다면 러닝머신 옆자리에 서서 각기 다른 속도로 뛸 수 있다.
친구가 설렁설렁 시간 때우듯 운동하는 기분이 든다면 이를 다그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상대를 평가하려는 태도는 버리자. 좋은 운동이란 개인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친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기분이 저조한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친구가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맞춰 운동하도록 둘 필요도 있다.
네 명이 넘어서면 군인들이 단체 구보하는 것처럼 집단 달리기가 된다. 마라톤 대회에서의 출발선처럼 높은 언성, 휘파람 소리, 이 사람 저사람 찾아다니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기도 한다. 아수라장 속에서 소박하거나 엄격한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고, 사공이 많아 산으로 올라가 배 꼴이 난 것이다. 이런 데서는 서로 비교하기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다섯 명이 넘어서면 고독을 함께 나누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혼자 달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혼자서 달리지만 혼자가 되기란 불가능하다. 눈 아래 보이는 것들을 가만히 응시하면 그것들은 나의 소유가 된다. 눈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전망과 광활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도취감 등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고, 달리기를 함으로써 이 모든 귀중한 것들의 주인이 된다. 이제는 이런 지배를 즐길 일만 남아 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 나의 것인데, 도대체 그 누가 외롭다고 느끼겠는가?
보는 것, 지배하는 것, 바라보는 것, 그것은 곧 소유하는 것이다. 훔친 이 세상의 정경을 이용할 뿐이다. 달려가기 위해 낑낑대야 했기 때문에 엄격히는 도둑질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 세계가 나의 것이며, 나를 위한 것이며, 나와 함께 있다. 저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달려서 어서 저곳으로 가야 한다. 천천히 달려가는 길과 발밑의 땅,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언덕과 강과 숲 등 모든 것을 다시 만나게 된다.
|
|
|
|
작성자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