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옥수동에서 동호대교를 걸어서 건너 한강 둔치 산책로를 천천히 달려 잠원동에 있는 진료실까지 5km를 35~40분이 걸린다. 35분에 도착하면 5분을 번 기분이고, 40분이 소요되었으면 시간을 잃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런 상대적 느낌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급해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서둘러서 빨리 가는 것은 시간을 만드는 것 같은 환상을 일으킨다. 속도가 시간을 벌게 한다는 믿음은 바로 속도에서 만들어지는 추상적인 계산이다. 매 시간을 단 1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시계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이렇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조급함과 속도로 시간을 가속하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고 서둘러야 할 시간만큼 하루를 더 짧게 만든다.
매 순간을 더 많이 분할하여 더 많은 것을 그 속에 밀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두른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재빠르게 해내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일 다음에 저 일을 하고 다시 다른 일을 하며 배고픔 때문이 급하게 잘 씹지도 않고 그냥 마구 넘겨 더 이상 들어갈 구석이 없는 상태의 포만 상태다.
같은 거리를 5분 더 느리게 통과한다는 의미는 반대로 한 평생에서 5분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이다. 이 때의 느림은 빠름과 정확히 반대되는 느림이 아니다. 느림은 오히려 조급함의 반대말이다. 느림이란 1초 1초들이 줄지어 나타나 바위 위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질 때까지 시간과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늘어남은 공간을 깊이 파고 든다. 이것이 바로 느림의 비밀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풍경이 천천히 다가오고 그만큼 풍경과 친숙해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을 자주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면 우정이 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나온 자연의 풍경을 하루 종일 마음 속에 품고 서로 다른 빛 아래서 그 모양을 짐작해 봐도 훨씬 더 뚜렷해진다.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가면 밖의 풍경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급하게 지나가 버린다. 빠르고 생기 넘치는 눈으로 모든 것을 다 보고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뚜렷하게 확실한 모습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천천히 걷거나 달리면 어떤 언덕이나 풍경도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지만, 조금씩 변해가며 내 몸속에 천천히 스스로 자리잡는다.
걷거나 천천히 달려가는 것은 무엇인가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 있는 것들이 내 몸속에서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풍미와 색깔, 그리고 향기가 뭉친 덩어리인 풍경에서 내 몸이 활력을 얻게 되는 이유다. 한꺼번에 몰아서 급하고 강하게 하면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꾸준히 하더라도 운동 속도에 변화가 없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효과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장 많이 하면서도 얼렁뚱땅하게 되는 운동이 조깅인데, 공원에서 새벽 달리기를 할 수도 있고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뛰는 방법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속도와 시간에 변화를 주지 않고 무조건 평소 몸에 익은 대로의 달리기만 한다.
달리기의 즐거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충분히 워밍업을 한 다음에 최대 속도로 달릴 필요는 없지만, 적당히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템포런을 10분 이상 하면 된다. 속도는 짧은 단문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면 된다. 이 방법으로 달리기를 하면 젖산 역치를 넘어서면서 지구력과 스피드가 향상되게 된다. 1주에 3~4일 정도 이 훈련을 하고 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평지에서만 달릴 때보다는 언덕을 뛰어 올라가는 것을 병행하면 보다 빠르게 근육이 단련되고 지구력과 스피드가 개선되며, 더 많은 즐거움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달리기 운동을 끝마친 뒤 마무리 전력질주를 해주면 빨리 달리기에 대한 요령이 생긴다. 장시간 달리기를 하면 발과 다리가 피곤해지지만 몸이 달리기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요령을 익히기 좋다. 이럴 때 전력질주를 해주면 몸이 빨리 달리는 방법을 숙지하게 된다. 달리기 속도는 최대 속도까지 낼 필요 없이 인터벌 운동을 할 때의 80% 정도의 속도만 내면 된다. 이 훈련은 1주에 1~2회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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