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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나를 그냥 돌아서게 만들지 않는다 |
달리기는 나를 그냥 돌아서게 만들지 않는다
나도 지금 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지만, 요즘 오래된 아파트의 재건축 바람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아파트의 재산 가치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이 저마다 다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아파트를 사지 말라고 하는 편이다. 나중에 자리가 잡히고 정말 한 곳에 안착하여 살고 싶을 때까지 그냥 전세를 살면 된다.
집을 구할 때는 가능하면 걷고 달릴 수 있는 여건이 잘 되어 있는 곳으로 택하라고 한다. 요즘은 둘레길이나 강변이나 산 주변이 좋다고 생각된다. 걸어다니기 좋은 곳은 다양한 형태의 집과 시장과 공공건물들도 가까이 있게 마련이고, 이렇게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있으면 흥미롭게 돌아다닐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가격폭락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똑같은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는 그곳에 특정한 유형의 집이 인기가 있느냐에 따라 전체 거리의 가치가 좋거나 나빠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인생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걸어다니기 좋고 다양성이 큰 지역에 사는 것이 균형있는 투자의 핵심이라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걷거나 달리면 개인의 탄소배출량이 줄어 환경에 좋고, 비만과 관련된 질병의 위험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높여서 건강과 정서에 좋다.
산책로를 걷거나 달리면서 나 자신과 결산을 하기도 한다. 나 자신을 바로잡고, 나에게 스스로 말을 걸고, 나를 평가하는 것이다. 달리는 동안에는 땅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 맨 몸으로 태어난 청빈함을 다시 내 삶에 구현하게 된다. 그러므로 겸허함은 창피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나의 진정한 모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달리는 동안에는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무엇인가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즉 나는 지금 당당하게 두 발로 교대로 땅을 디디며 달려가고 서고 다시 달려가는 것이다. 주자들에게 겸허함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표현한다. 즉 모든 주자들은 달리는 길 위에서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소유하지 않고 궁핍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통한 의식주와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서의 다운사이징이 삶의 본질적인 것에 더욱더 빨리, 더 확실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몸에 최소한의 옷만 걸친 채,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움직임은 완벽한 다운사이징을 가능하게 만든다. 오른 발을 왼 발 앞으로 내딛기만 하면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다. 달리기가 자율이라는 이상을 고무시키는 것이다.
두 발과 두 팔을 사용하여 앞으로 나간다는 것은 가까움과 자발성을 동시에 의미한다. 달리다 보면 길 위에서 다른 주자들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소개하고 협력하고 도와주기도 한다. 달린다는 것은 곧 서로 이해하고 가까이 있다고 느끼기 위한 적당한 리듬이다. 오직 나 자신에게만 의지하며, 그것이 나의 유일한 의지이며, 기계나 연료의 도움이 없어도 충분히 달려갈 수 있다.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기본 자세다. 왜냐하면 느리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또 바른 것과 결합하는 결단력, 즉 단호함과 의지를 필요로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제력이다. 칭찬을 해도 들뜨지 않고, 누가 도전심을 자극해도 뇌화부동하지 않고, 자존심에 상처를 내도 저항하거나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훌륭한 주자로서의 자제력은 이중적이어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폴발하는 무력감이나 좌절감을 모두 동시에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제력을 지킨다는 것은 마음 속 분노나 화를 순화시키는 것이다. 날씨나 주로 등의 외부적인 상황이 심하게 부당하고 편파적이어서 편안하고 단호해야 평소처럼 목표를 완수할 수 있는 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모든 존재에 대한 환벽한 사랑과 존중을 가능하게 하며,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동적인 거부나 무감각한 체념도 아니며, 바라지 않는 상황에 대한 복종 또한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끝없이 이어지는 편하고 겸허한 달리기의 영원한 평화 속에 머물 수 있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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