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사람들은 모두가 멀쩡한 두 발과 두 다리가 있다. 세상에는 누구나 가진 이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축복을 예기치 못한 순간적인 사고나 과도한 분노나 흥분을 참지 못하고 물건이나 벽을 찬다는 등의 과격한 행동으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일상의 삶의 과정에서 내가 가진 이 가장 기본적인 축복에 의존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가진 두 발과 두 다리로 움직일 수 있는 이런 간단한 능력을 어느 한 순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끔찍하다. 대부분의 도시 기능은 사지 멀쩡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고 준비된다.
내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걷거나 뛰거나 사이클을 타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부자들이나(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나처럼 일부러 차를 운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경제적으로 능력이 안되어 차가 없는 사람도 많다.), 두 발과 두 다리가 없어 의족을 하고 있거나 척추 손상이나 질환으로 마음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분들이다.
차가 없거나 두 발과 다리가 없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것이 어떤 현실인지 알지만, 다행이도 그 마저도 없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멀쩡한 몸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걷거나 달릴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 만들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자전거나 사이클도 탈 수 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걷거나 달릴 때의 감정은 미묘하다. 정말 쉽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운동으로 인해 소진되는 체력이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자체를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진료실에서 걷기나 달리기를 권하면 운동 자체가 괴롭다는 분들이 예상 외로 많음을 느끼고 속으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운동할 때의 괴로움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울할 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음악을 들으면 달리기나 수영 속도가 빨라지고 운동을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꼭 빠른 템포와 강렬한 비트를 가진 음악일 필요는 없다. 운동 리듬과 음악 리듬이 일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걷거나 달릴 때도 강렬한 저음이 많이 섞인 음악을 들으면 운동의 괴로움을 덜 느끼게 되고 힘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감성적인 발라드 역시 운동 지속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음악을 듣고 고무 받는 것이 아니므로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는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된다.
매일 동일한 메뉴의 식사를 하면 어느 순간 물리게 되는 것처럼 운동도 마찬가지다. 매일 똑같은 종류의 운동을 똑같은 강도로 하다보면 재미도 없어지면서 싫증이 나게 된다. 판에 박힌 운동 일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는 것보다 조금씩 운동 종류와 강도에 변화를 주면 지속적으로 기대감을 일으키고 계속해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자극이 된다. 오늘 걷기를 했다면 내일을 자전거, 다음 날은 근력 운동을 하고 또 그 다음날은 달리기를 하는 식으로 여러 종류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여성의 5%만이 실질적으로 규칙적인 달리기 운동을 실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달리기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어떤 운동에 실패할 때는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기왕이면 걷기보다 달리기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는 걷기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유익하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걷기운동을 시작하면 된다. 걷기 운동만으로도 혈압이 떨어지고 당뇨 위험률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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