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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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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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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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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
달리기는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달리기는 단순히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간도 동원되는 이중 구조의 입체적 행위이다. 하루 해야 할 일들과 습관들로 특징지어지는 일상의 시간이 아니라 기지개를 켜고 빈둥거리면 시간표에만 얽매이지 않는 시간이다.
내면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린 시절 혹은 자기 반성에 걸맞는 삶의 순간으로 돌아가기, 길을 따라가면서 지나온 삶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회상의 순간인 달리기는 시간이 멈춘 듯한 행복감을 자아내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건들에 즉흥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길을 달려가는 사람은 자신 시간의 유일한 주인이다. 기분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걸음을 멈추어 자세한 풍경이나 샘물을 관찰하기도 하고, 호수나 강가의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가 보거나, 풀밭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일렬로 행군하는 개미떼를 보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가며 보았던 나무에 호기심이 일어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길을 되돌아가기도 한다. 잠시 발길을 멈추어 덤불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풀숲 속으로 날렵하게 사라지는 들고양이를 보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기도 한다.
시간을 초월하거나 혹은 느길 시간 속으로 살그머니 빠져나가는 틈새인 달리기는 어떤 모종의 성과를 얻으려 한다거나 후원을 받은 어떤 행사가 아니라 달리는 사람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하는 노력이다. 주자는 길과 시간을 따라 달리면서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혼자 결정한다.
길가 그날에 쉬거나 동반자와 농담을 나눈다고 해도 거슬릴 일 따위는 전혀 없다. 달리는 사람은 가볍게 달리너가 천천히 여유를 가진다는 사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자신의 그림자보다 빨리 달리는 주자는 없다.
시간이 오로지 내 것이라는 차분한 확신이다. 달리기는 빠름 , 수익성, 효율성이라는 절대적인 필요성을 피할 뿐만 아니라 하등의 관계도 없다. 더는 시간에 사로잡히기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갖는 일이다. 속도와 수익성에 대한 광기는 그에 대한 반발로 속도를 늦추고 유희를 진정시키려는 의지를 이끌어낸다.
달리기는 시간을 충분히 차지하되 느리게 차지하는 일이다. 걷기는 삶의 의욕을 꺽는 현대의 그 절대적인 필요성들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요즘에는 산에 가더라도 발길 닿는 대로 여유를 가지고 한가롭게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래 달리기는 시간의 유예요, 전진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런 느린 달리기는 주변 환경 속에 뛰어드는 일이기도 해서 여정의 특징들에 감각을 맞추어 금세 제 것으로 삼을 방법을 준다.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데도 조금도 외롭지 않으며 자신의 내면에 틀어박힌다.
시간은 신체의 척도가 되어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느린 달리기는 모든 달리기를 장거리 여행으로 만든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명, 석양, 어둠, 땅, 돌, 언덕, 산, 물, 비, 바람 등 달리기는 우리를 앞지르고, 감탄해 하거나 걱정하게 하는 세상에 잠긴 우리의 본질적 인간성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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