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계속하던 무지개 빛 풍성하던 공직생활을 갑자기 접고 외과 전문의이면서도 수술실이나 입원실 없는 외래만 하는 당시만해도 드문 형태의 개원을 한 지도 벌써 햇수로 16년째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훼미리 의원으로 개원하려 했지만, 외래어를 쓰지 못한다고 하여 그냥 외과 의원으로 개원했는데, 요즘에는 영어 의원이름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시대와 인연이 맞지 않는 탓일게다.
진료실에는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지만, 모든 환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많은 지인들이 나와같은 외래개원을 도시내 아파트촌에서 외과 이름을 달고 개원하는데 염려들을 많이 해주었지만, 모든 환자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지만, 환자 10명 가운데 한 사람이 '아주 마음에 든다. 다시 와야지.'라고 느끼고 생각해준다면 망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망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나의 생각이 결국에는 맞았음이 증명되었다. 서로 통하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살이 비밀이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
세상살이에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느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외나무다리라도 있으면 일단 건너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경험과 수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세상이 복잡해지고 '꼬시래기 제 살 뜯기'식의 이전투구로 모두가 불행해지지 않을까 싶다. 일단 건너보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자세가 즐겁고 쉽게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는 세상살이 방법일 듯하다.
이 세상은 내가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내가 없는 세상은 있으나 마나한 곳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늘 나 자신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여야 하고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존재하는 세상도 생명력이 있게 된다. 만약 나 자신이 생명없는 존재가 된다면 그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우울하고 활력없는 죽은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바라거나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말하는대로 행동하기 위해 스위치를 계속 눌러 '활동상태'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은 적이 별로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왔다. 공직에 있을 때도 주위, 특히 상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방식을 바꾼 적이 없었다. 산에 다닐 때는 산정상의 바위들에 나를 투사하여 그 반사된 빛이 내 속을 비추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던 시골의 깊은 우물같은 나의 내면의 깊이와 크기를 비교하곤 했다. 달리기를 하면서는 끊임없이 이어진 길에 나 자신을 투사하여 반사된 빛에서 무겁고 우울하고 울퉁불퉁 모나고 군데군데 터진 실밥으로 보기 싫지만 버릴 수도 없는 내 자신의 성격과 의지를 너무 단단하여 도끼로 쪼개기도 힘들었던 관솔가지의 강력한 화력에 맞춰보곤 한다.
내가 계속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중에서 그래도 가장 쉽고 많이 웃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간단하지만 소중한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한 방 가득한 달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은 깜깜한 방 속에 갇힌 채 햇빛 속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달리는 방법이나 형태는 다르지만, 계속 달려 나의 즐거움의 스위치를 계속 빈틈없이 '활동' 상태로 유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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