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파괴된 원자로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의 누출이 계속 되고 주변 해수나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을 느기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 물질이 계속 누출되는 것이 바로 원자로 안의 핵분열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불리는 핵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핵을 이루고 있는 핵자들을 완전히 분리해서 자유로운 입자들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핵자의 수로 나눈 것을 평균 결합에너지라고 한다. 원자핵은 매우 작아서 하나의 원자핵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는 매우 작지만, 원자핵 분열은 매우 빠르게 그리고 대량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한 개의 우라늄235 원자핵이 분열하면 중성자가 약 2개 정도 나오는데, 이 중성자가 주위의 우라늄235의 원자핵에 흡수되어 다시 이 원자핵을 분열시키는 연쇄반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1그램의 우라늄 속에는 1조의 25억 배에 해당하는 우라늄 원자가 들어 있는데, 이만한 우라늄 원자가 연쇄반응에 의해 모두 분열하는 데는 1백만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큰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이 연쇄반응의 속도를 조절하여 핵반응 시에 나오는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핵폭탄의 폭발에서 보듯이 이 순간적인 에너지 분출은 대단한 압력과 열을 동시에 발생시키기 때문에 중성자의 숫자를 제어하여 반응속도를 조절하고 사용하고 남은 열을 냉각수를 통해 낮추고, 원자로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지 단단한 보호장치을 만들어 유지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경수로는 다섯 겹의 방호벽을 가지고 있다. 첫째 방호벽은 핵연료 펠릿이다. 이것은 핵연료인 이산화우라늄 분말을 고온으로 구워 원통형으로 굳힌 것으로 핵분열 시에 나오는 핵분열 산물을 이 속에 가두어 된다. 두 번째 방호벽은 연료 피복관이다. 지르코늄 합금으로 만든 원통형의 관으로 그 속에 연료봉이 들어가게 되는데 연료 펠릿에서 새어나온 방사성 물질은 대부분 이 피복관 안에 갇히게 된다. 다음의 방호벽은 원자로 압력 용기이다. 연료 피복관은 수백 개를 한 묶음으로 하여 두께 25센티미터의 철제 압력 용기에 담겨져 있다. 이 압력 용기는 방사성 물질뿐만 아니라 높은 압력과 온도에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음 네 번째 방호벽은 원자로 격납 용기이다. 원자로 전체가 두께 4센티미터 정도의 철판으로 만들어진 격납 용기 안에 설치되어 있다. 물은 물론 공기마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만든 격납 용기 밖으로는 어떤 방사성 물질도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지막 방호벽은 원자로 건물 자체이다. 격납 용기 밖에는 두꺼운 콘크리트로 원형 돔을 만들어 최후의 방호벽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자로 안에는 이미 이루어진 핵분열 반응에 의해 발생한 방사능 물질들이 축적되어 있는데, 이번 하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같은 7등급 사고인 1986년 4월 26일에서 5월 6일까지 10일동안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제4 원자로의 폭발시에 원자로 안에 저장되어 있던 약 200톤의 방사성 원소들 중에서 3.8%(소련 정부 발표)~20%(국제 원자력 기구 추정)의 방사능 물질들이 누출되었으며, 누출 방사선의 총량이 14엑사베크렐(1018 베크렐)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시 발생한 양의 약 400배에 해당되는 양이었다. 지금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들도 핵분열이 계속 되기보다는 격납용기가 파괴되면서 연료봉 안에 이미 생성되어 고여있던 방사성 물질들이 조금씩 외부로 누출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하루 빨리 파괴된 방호벽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데, 체르노빌의 사고에서 보았듯이 높은 방사성량 때문에 원자로에 접근하는 것이 피폭의 위험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원자로 폭발 사고에 따른 방사선 위험의 확산은 오염구역과 주변지역에 공평하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기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되어 불규칙 확산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대규모 핵원자로 사고에서는 감마선과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능 물질들의 제한적 비산의 정도가 중요하다. 알파 입자들은 체외오염의 위험은 없지만, 흡입되거나 섭취하였을 때만 내부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10일 이상 지나 우리 나라에 나타나는 지연성 낙진의 방사선 효과는 방출하는 방서선의 양이 최초의 10% 이하고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측정되는 방사선의 양에 관계없이 세기 자체는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체르노빌 발전소의 장기 영향 평가에서도 오염구역과 주변대량 방사성 낙진 지역의 방사선 노출이나 피폭에 의한 선천성 이상이나 유산, 혹은 질병에서 뚜렷한 방사능 위험의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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