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신문48] 달리기 부상(9):감기다. 달릴까? 말까? |
봄비가 잦다. 아직은 봄비를 맞으며 달리기는 조금 주저하는 주자들이 많다. 봄비를 맞으며 달리면 감기에 걸리기 쉬울 것이라는 염려때문이다.
또 주요 마라톤 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에 힘이 빠지고 팔다리가 무겁고 목이 뻣뻣하며, 침삼키기가 거북하고 코가 막힌다면 이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주말의 마라톤 대회를 위해 훈련하고 준비한 노력들이 아까워 평소에는 잘 가지 않던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약국에 들러 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비타민을 포함한 영양제들을 사기도 한다. 비타민 C 는 감기를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감기증상의 강도와 기간을 약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음료를 많이 마시고 증상을 완화사키기 위한 약을 먹으면서 쉬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감기 치료법이다.
최근의 미국의 연구들에 의하면, 펀런하는 사람 700명의 61%가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 감기걸리는 회수가 줄었으며 오직 4%만이 더 많이 걸린다고 했다. 또 12년 이상 달리기를 하고 있는 170명의 연구에서는 90%가 거의 아프지 않다고 했다. 일주일에 5일을 12-15주간 한번에 35-45분씩 속보로 걷는 여자들은 감기를 앓더라도 운동하지 않는 여자들이 앓는 기간의 약 반이었다. 1987년 LA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2,311명의 마라토너들 중에서 7명 중 1명꼴로 대회 후 첫 주에 감기에 걸렸는데, 이는 마라톤 훈련은 했으나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은 사람이 감기에 걸린 수보다 5배나 많았다. 즉 심한 피로가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회전 2개월 동안 주당 90km 이상 달린 사람들이 주당 30km 이하를 달린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배나 높았다.
감기는 코에서 기관지에 이르기까지의 상부 호흡기계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으로 아마도 인간세상에서 가장 흔한 질병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기침, 가레, 콧물에 섞여 공기를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며, 독감은 그냥 감기에 비해 기침이나 콧물에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섞여 있기 때문에 보통 감기보다 더 쉽게 전염된다. 그래서 감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깨끗한 손수건이나 화장지로 기침이나 콧물을 덮어씌워 닦아내야 하고, 손을 자주 비누로 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습기차고 춥고 바람이 센 날씨가 감기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키기 보다도 춥고 좋지 않은 날씨에는 외출하지 않고 사람들이 실내에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는 것은 대부분 과훈련에 의한 피로누적이 직접 원인이다. 마라톤 주자들의 면역계는 달린 후 6~9시간까지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으며 이때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취약시기이다. 감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워 바이러스를 파괴할 만큼 충분한 항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통상 이 과정이 3-4일이 소요되므로 감기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3일 이상 계속되면 2차적인 세균감염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을 찿아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가벼운 강도의 달리기를 규칙적으로 하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대사를 통해 발열반응이 나타나서 운동하는 동안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여 운동 선수의 감염 위험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또한 '킬러'세포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항바이러스 인터페론의 혈중농도가 증가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게 느껴질 때는 일부러 달리러 나가는 주자도 있으며, 나도 이런 사람들의 중의 한 명이다.
규칙적으로 주당 15~30km 정도의 거리를 규칙적으로 달리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위험이 좌식 생활자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중간강도의 달리기를 즐기는 이런 주자들의 코의 점막과 타액에는 주로 혈액 속에 있는 면역글로부린 A가 나타나 코나 입안의 점막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을 확인하고 싸워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면역글로부린이 코의 점막에 나타난다는 사실은 코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중간강도의 달리기는 이런 면역 물질들을 더 많이 생산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달리기가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각자의 체력 수준에 따라 모두 제각각 다르다. 특히 90분 이상 지속되는 강한 강도의 운동 후에는 면역기능의 많은 요소들에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런 면역기능의 장애는 3시간에서 3일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다. 중간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면 아마도 감기나 급성 호흡기 감염증에 대한 저항과 면역력이 증가되겠지만, 힘든 훈련을 하면 일시적으로 면역체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만약 열이나 인후통이 없는 가벼운 기침, 혹은 코가 막히거나 콧물, 눈물이 경미하고 목의 상부에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의 감기에 결렸다면 평소의 일상적인 운동을 가볍게 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는 않지만, 강도가 높은 훈련이나 대회 참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열이 있거나 목구멍이 아프고, 가레와 기침이 심하며 몸이 쑤시는 몸살이나 춥고 떨리는 오한, 가레섞인 구토, 설사와 같이 목의 아래 부위로 증상이 확산되는 심한 감기에 걸렸거나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상태가 호전되거나 3~7일 이내에는 훈련이나 대회 참가를 자제하과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 때는 완전히 좋아질 때까지는 훈련을 시작하거나 다른 회원들이 훈련을 하는 곳에 가지 말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추운 곳에서는 기관지가 수축되는 운동성 천식을 유발할 수도 있고, 자주 기도감염이 재발된다면 장기적으로 천식이 발생할 위험이 훨씬 더 증가한다.
이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을 자주 씻는 것이다. 특히 식사하기 전이나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손을 비누로 흐르는 물에 씻는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닦거나 코를 만지거나 눈을 비비지 않는다. 손에 있는 균들이 몸의 습기가 높은 부위에 가면 즉시 증식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환자나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하고, 계산대나 문손잡이와 같은 여러 사람들이 만지는 물건에는 가능한 손을 대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병에 든 음료를 다른 사람과 나눠 마시거나 치솔이나 화장품같은 개인물품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옷을 자주 빨아서 깨끗하게 입고 다른 사람과 같이 돌려가면서 입는 것도 좋지 않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잘 조리된 음식을 편식하지 않고 균형된 식사를 하고 과일과 야채는 잘 씻고 껍질을 벗겨먹는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염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의 전투 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면역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어, 고강도 훈련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은 몸이나 면역계에 대한 물리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더 많이 더 자주 감염에 노출되게 된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와 다른 운동들이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생활스트레스들의 균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면역계를 강화시키게 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봄비가 오거나 비온 뒤의 찬 기온 속에서 운동을 하면 감기에 걸릴 것이라는 보통의 상식은 잘못된 것이다. 몸이 찌뿌듯하더라도 달리기가 전반적인 기분을 좋게 만들겠다는 느낌이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깊은 기침이나 근육통처럼 전신적인 증상이 있거나 섭씨 37.5도 이상의 열이 있을 때는 무조건 쉬거나 오히려 독감이나 폐렴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를 방문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달리기 자체가 열을 만들기 때문에 미열이 있는 상태에서 달리게 되면 고열에 의한 열성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이 열사병으로 잘못되면 신장기능부전에 빠질 수도 있다.
만약 몸이 조금 좋지 않는 상태에서 무시하고 달리기를 한바탕 했는데 어깨 주위가 부르르 떨린다거나 한기나 느껴진다면 더 아파질 징조로 보아도 무방하다. 통상적인 감기증상인 열이 없이 콧물이나 밭은기침, 재체기나 가레 등은 별도의 회복이나 휴식이 없어도 되는 질병이다. 이런 감기가 통상의 성인감기의 1/3을 차지하며, 이틀에 한번씩 40분간 트레드밀을 달린 집단과 그냥 완전히 휴식한 집단 간의 장상의 악화와 회복에 소요된 기간에는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
감기에서 나았다고 느껴지더라도 100%는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므로 곧바로 인터벌 훈련같은 고강도 훈련으로 돌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감기 후 첫 주간은 이틀에 한번씩 아주 가벼운 달리기부터 시작하거나 대체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심한 몸살감기를 앓았다면 최소한 2주간은 통상의 훈련을 쉬고 휴식하는 것이 안전하다.
감기에서 회복한 후에 다시 훈련을 시작했을 때 과훈련에 빠지지 않도록 자가 체크할 수 있는 항목들을 소개한다. 휴식기 맥박이 증가되지 않아야 하고, 훈련 계획에 따른 운동 후의 느낌이 변화가 없으며, 잠을 뒤척이지 않고 충분히 숙면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안되면 강도나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단순히 춥다는 것 자체가 감기에 걸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달린 후에 젖은 의복을 제 때에 빨리 갈아입지 않아서 생기게 된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봄에는 그렇게 건조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의 점막들도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체온이 저하되지 않도록 젖은 옷만 빨리 갈아입는다면 봄비를 맞고 달려도 감기에 걸릴 위험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
|
|
|
작성자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