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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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치매를 예방한다.
예전에는 동네에 '벽에 똥칠한다'거나 '노망든 노인'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나이 들면 누구나 겪어야 할 당연한 노화과정의 일부로 인식하여 숙명으로 받아들여 인내하고 수용하여 왔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하면서 치매는 단순히 나이에 따른 노망이 아니라 정상적 노화 현상과는 구별해야 할 '병적 증상'으로 암이나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여러 기능이 자연적으로 약해지는데, 신경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가장 흔한 것이 뇌가 위축되어 기억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노화의 경우는 새로운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 하지 못하고 사물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는 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일상적인 생활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건망증과 달리 치매는 기억 장애 외에도 추상능력, 판단력, 언어구사에 장애가 생기고, 성격변화 등이 나타나 사회 활동이나 인간관계 등에 심한 지장을 받게 된다.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요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질병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치매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 기능에는 기억력, 주의 집중력, 계산능력, 동작 수행능력, 언어능력 등이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인지기능도 같이 떨어져 사회생활을 하는데 장애를 일으킬 경우 우리는 이를 '치매'라고 부른다.

2012년 국내 치매환자 유병율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꼴인 약 54만 1천명의 치매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남성이 15만 6천명, 여성이 38만 5천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 치매환자 추정치 15.5%를 포함하여 중등도 이상의 치매환자가 41%나 차지하고 있다. 80세 이상 나이가 들면 치매유병율이 40%로 껑충 뛰어 올라간다.

혈관성 치매는 실핏줄이 터져 뇌손상으로 이어지는 질환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치매의 2대 질병으로 꼽히는데, 서양에서는 세포가 죽어가면서 기억장애가 생기는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뇌경색, 뇌출혈처럼 혈류가 감소해 뇌세포가 줄어드는 혈관성 치매에 걸리는 사람이 더 많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와 달리 발음장애, 성격변화, 시·공간 장애처럼 여러 가지 지적능력 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혈관성 치매는 뇌를 먹여 살리는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에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콜레스테롤 등 성인병을 예방하면 동시에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알쯔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병 발생 후 서서히 나빠지고 8년에서 9년 후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혈관성 치매환자는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나빠지지만 한번의 뇌졸중에도 급속하게 나빠지는 경우도 있고. 치료를 하게 되면 증세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는 치매 자체로 사망하지 않는다. 치매 말기가 되면 음식을 삼키는 기능이 나빠져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근력도 약해져 숨쉬는 힘도 떨어지고, 자리에 오래 누워있으면서 욕창이 생기고 소변줄을 끼게 되어 요도 감염도 생기게 되어 욕창감염, 폐렴, 요도감염의 원인으로 세균이 피 속으로 퍼져 들어가서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을 조기에 진단하여 예방 치료를 하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심장 부정맥, 고혈압, 고지질혈증, 당뇨병 등의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고, 과거에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뇌졸중 예방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아스피린이나 티클로피딘, 트리플루잘 등의 혈소판응집을 막아주는 약제나 와파린같은 항응고제, 혈류 순환 개선제를 복용하면 뇌졸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알쯔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에는 아세틸콜린이라는 뇌신경 전달물질이 정상에 비해서 떨어져 있는데 이것이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속의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켜 치매증상을 개선하는 여러 약들이 사용되고 있다. 뇌종양이나 만성 경막하혈종, 만성 뇌수막염, 뇌수종으로 인한 치매인 경우 수술을 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도 있고, 만성 간부전이나 신장기능저하가 있는 경우 투석으로 독성물질을 제거를 하고 비타민 부족이 있으면 해당 비타민을 투여하거나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 경우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흡연이나 비만, 과도한 음주 등도 뇌졸중의 위험을 높여주므로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도 혈관성 치매 예방에 중요하며, 폐경기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을 투여하면 치매발생과 골다공증, 관상동맥질환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으며,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E(토코페롤)나 은행잎 성분 약제도 효과가 있다. 머리를 꾸준히 쓰는 것도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인데,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모여서 바둑 등의 오락 활동을 하게 되면 뇌세포를 자극하여 노화를 지연시킬 수가 있다. 머리 손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데, 권투나 산악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 새마을 운동을 통한 산업개발 시대의 슬로건 중에 하나였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요즘은 적극적인 운동이, 아주 적은 양의 활동조차도 뇌 기능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걷기를 포함한 가벼운 신체활동이 기본적으로 뇌의 힘을 5년 정도 더 보내준다고 알려지고 있다. 노년기에 5~10년 치매발생을 지연시킨다면 삶의 질에 획기적인 변화가 오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운동 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는 신체활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방법을 밝히는 것이다. 신체 활동이 거의 모든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운동이 새로운 뇌세포 생성을 자극하고, 기존의 세포들을 더욱 활성화하고,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며,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 가능하도록 하며, 노화에 따른 기억 손실을 지연시키고, 의사결정을 예리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괴롭히는 모든 공격을 약화 내지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초동학생의 수학 성적을 대폭 올려주기도 한다는 사실들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2007년에 이탈리아 볼로냐 S. 오솔라 말피기 대학병원(the University Hospital S. Orsola Malpighi) 지오바니 라바글리아 박사팀이 65세 이상 건강한 남녀 749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운동량과 치매 발병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를 신경학회지에 발표했는데, 4년 사이에 749명 중 54명이 알츠하이머, 27명이 혈관성 치매에 걸렸고, 걷기 운동을 열심히 했던 상위 1/3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관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27% 낮았고, 집안일이나 계단 오르내리기, 목공일처럼 적당한 운동을 했던 사람은 발병 위험이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적당한 운동이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듀크 대학교 메셀 베비약 박사 등이 2000년에 발표한 주요 우울증 환자들의 운동치료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이틀에 한번꼴로 1주일에 3~4회, 한번에 30분 정도만 빨리 걷거나 조깅을 꾸준히 하면 마음 속에 불만이나 슬픔이 닥쳐도 우울증을 복용하는 사람과 똑같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으며, 가벼운 운동이 믿을 만한 약물처방처럼 독자적인 치료수단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평소에 담배와 술을 삼가고 무리한 야외 운동보다는 실내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적당히 몸을 움직이거나 고정식 자전거 등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관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좋지만 무리한 운동은 근육이나 관절질환처럼 다른 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노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억중추인 해마의 수축이 운동으로 지연될 수 있으며. 운동이 해마부위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켜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조직이 많이 발생함으로써 기억중추의 퇴화와 수축이 지연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운동하는 동안 뇌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생리적으로 근육을 계속 움직이고 모든 신체가 유기적으로 함께 돌아가도록 열심히 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뇌근육의 미토콘도리아의 수가 증가되고, 이 작은 변화가 세포 내 에너지 생성을 도와주어 세포의 활력을 향상시키며, 뇌의 많은 부분에서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아나고 뇌의 정신적 피로를 줄이게 된다. 이런 뇌세포의 미토콘도리아 밀도 증가가 알쯔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의 발병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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