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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94]달리기와 건강(41): 달리기는 중독되지 않는다. |
[의사신문 94]달리기와 건강(41): 달리기는 중독되지 않는다.
인류는 언제부터 장거리 주자가 되었을까? 인류 진화 전문가인 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자인 댄 리버먼 박사와 데니스 브램블 박사는 2004년에 공동으로 인류는 약 200만 년 전에 장거리를 달리도록 진화했다는 설을 발표했다. 인류 조상에게 사냥과 채집을 위해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그 행동을 이끈 피드백 구조가 있었을 것이며, ‘러너스 하이’는 이런 종류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자들이 달리는 동안 경험하는 가벼운 황홀감의 몽환상태, 즉 지각작용이 뒤틀리고 사고방식이 불규칙해지는 동시에 주변 환경에 둔감해지면서 평소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상태를 내적으로 훨씬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러너스하이(runner's high)'는 언제 누구에게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모든 주자들이 달릴 때마다 항상 경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러너스 하이를 아예 경험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엔돌핀이 분비되면서 오는 현상으로 설명을 해왔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엔돌핀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달리기의 세찬 움직임을 통해서만 활성화되는 피부에 있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용체에 관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처럼 중간 강도 이상의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동안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천연 화학물질이 우리 뇌의 ‘쾌감’ 중추에 나타날 때 느끼게 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뇌에 대마초(마리화나)와 같은 효과를 내는 물질로 불리는데 대마초와 같은 세포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면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일종인 아난다마이드와 2-AG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면서 혈액 속에 이 물질들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기분이 더 좋아진다.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러너스 하이’ 형태로 초기부터 제공되는 결과로 인류를 장거리 주자로 진화시킨 요인을 시사하고 있다. 장거리를 뛰는 것은 피로를 느낄 뿐만 아니라 포식자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부상을 당할 위험성도 높았을 것이며, 초기 인류가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다면 이는 신경학적인 보상으로 반복된 행동을 취할 동기가 부여되었을 수도 있지만, 진화의 진정한 안목은 달리기를 통해 생존과 번식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에 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에게 지구력이 제공되면서 장거리를 달릴 수 없는 가젤 등의 먹이를 잡을 수 있게 되었으며, 러너스 하이가 고대 사냥꾼들의 주의력을 높였으며, 이런 발전 전략이 초기 인류를 뛰어난 사냥꾼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러너스 하이 상태에 빠지면 모두가 강렬한 기분을 느끼며 의식이 예민해지면서 푸른색은 더욱 푸르게 보인다.
현재 인류는 먹잇감을 쫓아갈 필요가 거의 없지만,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초기 인류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9~15km를 걷거나 달렸으며, 좋든 싫든 우리 신체는 효과적으로 운동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에 심장 혈관이나 신진대사 건강, 그리고 마음의 건강까지 얻기 위해서는 달리기가 유익하며, 규칙적으로 달려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운동이 뇌에서 일종의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면, 운동에 중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의심해볼 수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자신의 용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편견을 지닌 신체이형장애 같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운동을 하면서 러너스 하이의 몽롱한 기분과 들뜨는 조증만 심해진다. 외모가 점점 멋있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동안은 기분이 좋아지는 운동 중독의 위험이 높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운동에 의존하는 경우는 생길 수 있지만 그 마저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중독자들의 뇌는 중독된 물질을 통한 보상을 받기 위해 모든 주의와 노력을 집중하도록 전체 구조가 변하면서 뇌에서 삶의 다른 부분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중독자는 중독 대상을 끊으면 텅 빈 몸뚱이만 남게 된다. 운동은 불안증과 우울증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과 정반대의 행동이다. 원래 인간은 이리저리 돌라다녀야 하는 법이다.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중독은 도덕적인 결함이 아니라 신경계의 이상이라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달리기는 중독되지 않으며, 중독되기보다 오히려 술이나 마약, 혹은 그 밖의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든 뇌에다 중독패턴을 우회하는 길을 새로 만들고, 중독 대상에 대한 갈망을 억제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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