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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뉴스프레스2]운동은 중독되지 않는다. |
달리기를 즐기는 마스터스 주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져 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자주 있다. 꼭 달리기 뿐만 아니라 야구 선수들은 날아오는 공이 자몽 크기 정도로 보인다거나 마이클 조던은 농구 골대가 쓰레기통처럼 커보여서 절대 슛을 실패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길과 공, 골대 외에는 어떤 소리나 다른 선수들, 심지어 경기장까지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달리기 동작처럼 정체성이 아닌 하나의 생각이나 행동, 혹은 사물에 고도로 집중하면 뇌의 전두엽이 환경의 쓸데없는 감각 자극을 모두 걸러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몇 가지 동작이나 의지 외에는 외부 자극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뇌는 생각과 현실 사이의 관계에 100% 집중하여 더 이상 역사를 가진 자아가 정체성이 아니라 현재 마음이 하고 있는 생각이나 의지가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
마음이 현재 내 의지가 집중하고 있는 것과 하나가 되어 마음이 의지를 가진 채 학습하고 창조하고 기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되어 시간이 느려지고 사물에 대한 자각이 희미해지고 현재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러너스 하이'라는 황홀감을 경험하면 지각작용이 뒤틀리고 사고패턴이 불규칙해지면서 주위 환경에 둔감해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상태를 내적으로 훨씬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운동이 뇌를 조절하고 새롭게 형성하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동안 기분이 좋아진다고 느끼는 진짜 이유는 운동이 뇌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운동이 어떻게 뇌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운동을 통해 사고와 감정을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그들의 화학적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뉴런으로 알려진 신경세포들 사이의 미세한 틈(시냅스)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시냅스를 통해 전달된 자극을 가까이 있는 신경세포로 전달하거나 그에 맞는 뇌의 명령을 얻어내고 그 명령을 온몸에 전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리화나를 피우면 마리화나의 유효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etrahydrocanabinol, THC)이 뇌의 특정수용체와 결합하여 몽환상태를 경험하게 만드는데, 운동을 하면 아난다마이드와 2-AG라는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똑같은 수용체를 활성화하는데, 이것이 러너스 하이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
만약 운동이 뇌에서 일종의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면, 운동에 중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의심해볼 수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자신의 용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편견을 지닌 신체이형장애 같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운동을 하면서 러너스 하이의 몽롱한 기분과 들뜨는 조증만 심해진다. 외모가 점점 멋있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동안은 기분이 좋아지는 운동 중독의 위험이 높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운동에 의존하는 경우는 생길 수 있지만 그 마저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중독자들의 뇌는 중독된 물질을 통한 보상을 받기 위해 모든 주의와 노력을 집중하도록 전체 구조가 변하면서 뇌에서 삶의 다른 부분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중독자는 중독 대상을 끊으면 텅 빈 몸뚱이만 남게 된다. 운동은 불안증과 우울증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과 정반대의 행동이다. 원래 인간은 이리저리 돌라다녀야 하는 법이다.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말이다. 중독은 도덕적인 결함이 아니라 신경계의 이상이라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달리기는 중독되지 않으며, 중독되기보다 오히려 술이나 마약, 혹은 그 밖의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든 뇌에다 중독패턴을 우회하는 길을 새로 만들고, 중독 대상에 대한 갈망을 억제한다.
현재 인류는 먹잇감을 쫓아갈 필요가 거의 없지만,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초기 인류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9~30km를 걷거나 달렸으며, 좋든 싫든 우리 신체는 효과적으로 운동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에 심장 혈관이나 신진대사 건강, 그리고 마음의 건강까지 얻기 위해서는 달리기가 유익하며, 규칙적으로 달려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는 언제부터 장거리 주자가 되었을까? 인류 진화 전문가인 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자인 댄 리버먼 박사와 데니스 브램블 박사는 2004년에 공동으로 인류는 약 200만 년 전에 장거리를 달리도록 진화했다는 설을 발표했다. 인류 조상에게 사냥과 채집을 위해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그 행동을 이끈 피드백 구조가 있었을 것이며, ‘러너스 하이’는 이런 종류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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