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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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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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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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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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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뉴스프레스14]달리기의 본질은 놀이 그 자체다. |
단순히 건강을 위해 달리거나 달리는 것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달린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달리기의 가치는 달리기를 통해 증진되는 건강이나 그로 인해 연장되는 수명에 있다. 건강과 장수가 가치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달리기의 가치는 그로 인해 얻어지는 건강과 장수에서만 찾을 수 있고 달리기 그 차체는 가치가 없다. 달리기의 목적이 달리기 그 자체에 없다면, 달리기의 가치도 달리기 자체에 없는 것이다.
건강과 장수를 얻기 위해 달린다면, 달리기는 건강과 장수를 얻기 위한 도구적인 가치 밖에 가지지 못한다. 반면에 달리기를 통해 얻게 되는 다른 것과 독립적으로 그 자체가 가치가 있다면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하는 일들 중에서 본질적으로 가치를 지닌 것이 없다면 삶에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다. 도구적으로 가치있는 대표적 활동이 돈을 버는 일이며, 삶에 본질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활동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의 가치를 위해 활동을 하는 행위로 대표적인 것이 놀이다.
놀이는 미리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덜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활동이며, 이유 또한 단순히 그저 그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참여하려는 태도야말로 미리 정해진 목표를 놀이로 만드는 특성이다. 놀이에서는 원칙적으로 덜 어려운 길이 있더라도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길을 택해 목표를 달성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즉 놀이를 놀이답게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방법을 선택해야 놀이가 된다.
힘들지 않은 놀이는 쉽게 싫증이 나고 지겨워지면서 놀이가 아니라 일로 변하게 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걸어가도 될 거리를 심장이 벌떡거리도록 달려가는 이유인 동시에, 달리기의 본질이 놀이로 존재하는 방식이다. 달리기는 체계가 없거나 있더라도 테니스나 야구, 골프 등 다른 대부분의 다른 놀이의 형태들에 비해 현저히 약하다. 달리기는 경기하는 매 순간에 긴장하거나 집중하지 않아도 전체적 성적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다리를 내딛고 팔을 흔드는 동작들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달리기는 골프, 야구, 축구 등 현대의 신체적으로 특화되거나 구조화된 경기형식에 비해 하나의 덩어리 상태로 계속 유지되며, 달리기 그 자체가 목적이므로 놀이가 된다. 나의 행동이 일이 되는 것은 그 행동을 통해 얻는 성과 때문이 아니라 그 성과라는 생각에 의해 추진되고 지배받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달리기가 놀이가 되는 것은 순전히 달리기 자체를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달려가는가의 여부는 놀이가 되는 것과는 무관하고 그냥 좋아서 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것이라면 달리기를 즐겨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달리기가 내게 주는 즐거움과 기쁨이 달리기의 목적이 될 것이므로 달리기는 일이 된다. 달리기의 즐거움의 원천은 규칙적인 심장 박동과 리듬이다. 달리기에 몰입할 때 세상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고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활기차고 긍정적인 생각들과 노니는 것이다. 그러나 운동 계획에 따른 숙제를 하기 위해 달리는 것은 언덕 달리기처럼 하면 할수록 힘만 들고 재미가 없어지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약간 숨이 차는 정도로 호흡이 가빠지고 벌떡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정신을 깨우게 되면 훈련목표들은 뒤로 물러나고 오로지 나의 두 발과 팔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새로운 리듬 창조의 기쁨과 달리기에 대한 열정과 몰입이라는 마법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떠한 외부적이고 의도적인 활동에 유도되거나 인위적으로 수반되지 않는 자연적이고 특징적인 달리기의 행동 형태로부터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리듬에 의해 완벽하게 놀이로 변하게 된다.
일단 달리기의 리듬에 최면이 걸릴 때, 즉 달리기에 의한 리듬이 호흡의 헐떡거림과 심장의 벌떡거림을 멈추고 자연적스럽고 조용하고 편안한 엔진으로 변신함에 따라 오직 달리기 위해 달리게 된다. 그 전까지는 사실 그저 움직였을 뿐 제대로 달린 것이 아니다. 단순한 움직임이 달리기 놀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한다. 그 상태에 도달하면 몸은 움직이지만 내 정신은 일정하게 고요함을 유지한 채 즐거운 놀이에 빠지게 된다.
달리기의 심장과 호흡의 고유한 리듬을 경험하는 것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본질적인 달리기의 가치를 경험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불교라는 종교가 현생에서의 유한한 나의 삶을 내세의 무한한 삶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달리기 리듬은 현재 내가 뭔가 본질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자 나의 삶의 본질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멋진 도구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본질적 가치 그 자체로도 삶의 불안을 압도할 만큼 충분히 크고 중요한 어떤 가치를 지니며 다른 무언가의 수단이 되지도 않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달리기라는 신나는 놀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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