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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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뉴스프레스15]마약도 안했는데 웬 황홀감이!
[조선뉴스프레스15]마약도 안했는데 웬 황홀감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삶의 목표는 행복의 추구라고 했다.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돈이나 명예, 건강, 장수, 가족 간의 사랑 등이 보편적인 행복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조건들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은 다른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스로 뿌리고 거두는 것임을 과학이 입증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씨앗을 뿌리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어디에 어떻게 뿌리면 될까?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명백하고 뚜렷한 행복의 조건’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오랜 병치레 없이 가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행복한 장수의 기준이라고 했다. "9988234"라는 표어처럼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는 것이 오래 살아도 10년을 앓아누워지내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온 가족의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어야 하고 자신을 위협하거나 적대적인 조건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감이란 삶을 통해 안락감과 평온함을 느끼는 것이다. 영국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년 전에 비해 사람들은 2배나 더 건강하며 풍족하다고 느끼지만 결코 행복해졌다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돈은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행복의 지름길이 되거나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는 아니라는 말이다. 삶의 지향점이 나의 삶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면 우선 왜 내 삶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선 한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데, 여가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즐기거나 음악 감상, 독서, 대화 등에 몰입하거나 종교나 명상 등 정신적 활동을 하면 내일에 대한 전망이 생겨 매사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마음이 넉넉해질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것이 운동이다. 사람은 뇌하수체와 뇌간에 있는 3만~4만개의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량으로 분비될 때 행복을 느끼게 된다.

뇌과학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섹스를 하거나 마약 복용과 같은 쾌락이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큰 소음이나 전기 충격과 같은 통증이나 불쾌한 반응에서도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는 것을 알아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달리기 중의 극치감 혹은 황홀감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도파민은 달리기가 끝난 후에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중에 분비된다. 달리기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산물이 행복감이라는 말이다.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는 사람마다 비슷하고 사춘기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의 뇌에서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이론이 적용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도 않다.

러너스 하이는 언제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려운데, 매번 달릴 때마다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수행을 한다고 해서 모든 스님들이 다 열반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하듯이,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느끼는 현상이나 경지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그 만큼 더 편한 달리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같다. 제프 겔러웨이는 몸과 마음이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달리기 열반(Running nirvana)의 상태라고도 한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러너스하이를 느끼지 않는다. 왜 그럴까? 피부에 있는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는 달리기의 강한 움직임을 통해서만 활성화된다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뇌와 신체에서 엔돌핀과 아난다마인드라는 내인성 카나비노이드가 생성된다. 이 둘은 혈액을 따라 돌다가 척수에 있는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척수의 수용체는 고통의 신호가 뇌로 가는 것을 차단한다. 또한 보상체계와 전전두엽 피질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도파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마리화나, 운동, 초콜렛이 모두 똑같은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수용체가 강하게 활성화되면 마약의 황홀한 기분을 선사하는 동시에, 엔돌핀과 함께 신체의 고통을 줄여주는 강력한 아스피린의 역할을 한다. 운동이 내인성카나비노이드 체계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은 2003년 조지아 공대 심리학자 필립 스팔링교수팀이 밝혀냈다. 남자 대학생들이 50분간 최대심장박동수의 70~80%의 강도로 격렬하게 트레드밀 위를 달리거나 자전거 페달을 밟은 후 혈액 내의 아난다마이드 수치를 검사한 결과 거의 정상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을 발견하면서다. 아난다마이드의 늘어난 수치가 운동 후에 긴장을 풀어주고 만족스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달리기 중에 주자가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기분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달리기 자체에 몰입되는 상태를 러너스하이라고 하며, 너무 쉽거나 편하지 않으면서 아주 힘들거나 버겁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강도로 달리면서 달리기에 집중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도록 사전에 명확하고 모순되지 않는 목표와 규칙이 설정되어 고민없이 달리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나타난다.

달리는 중에 느끼는 황홀감에서 내가 지금 내 몸과 마음을 여한없이 사용하면서 달릴 수 있다는 데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황홀감에서 깨어났을 때 조금 전에 내가 경험한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실감하며 행복을 느끼게 된다. 또한 그런 행복감을 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내 자신의 의식을 더욱 고양시키며 성숙시킬 뿐만 아니라 이런 황홀한 행복감 때문에 더욱 달리기에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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