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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가 되지 못해도 똑같이 즐거운 것이 달리기다. |
대가가 되지 못해도 똑같이 즐거운 것이 달리기다.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해야 성공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지만, 그것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이다. 2만시간의 법칙처럼 10년 간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들어가야 완전한 문장의 의미가 전달된다. 세월 속에 꿈의 씨를 뿌려야 한다는 말이다. 씨를 뿌린 것으로 그만 두면 안되고 정성껏 가꾸어야 더 멋진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10년 동안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한 군데 미쳐야 진정한 프로, 즉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말콤 글래드웰 말이 진실인 듯하다.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아웃라이어는 천재성이 아니라 시운과 환경이 만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운과 기회가 오는 데도 그것을 역경이니 불운이니 하면서 외면하고 차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 훈련에 미친 듯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훈련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나를 만드는 것은 내 이름이 아니라 오로지 훈련의 덕분이다. 내가 믿을 것은 훈련 뿐이다."라고 입에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과훈련은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못하다며 ‘훈련 좀 그만 해라’고 해도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며 기를 쓰고 과외훈련까지 한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마라톤 서브-3(3시간 이내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를 달성했다. 결국 삶도 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더라. 지난 2년간 서브-3의 코 앞에 주저앉으면서 결국 마라톤도 사람이 하는 거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훈련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가 훈련의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서 강약을 조절하며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훈련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운동에서 최고의 과학은 심리다. 체력이나 분석, 기술적인 면은 누구나 다 안다. 아는 걸 실천하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다.
결국 엘리트 선수들이 아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마스터스들은 자신 앞에 던져진 운동에 대한 조각 조각의 힌트들을 짜맞추어 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진정한 훈련방법이다. 편안하게 즐기는 훈련을 하게 스스로를 그냥 놔두지는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강한 훈련을 통해 체력을 최대한 오래 끌고 나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운동도 인생살이처럼 각자가 자율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달리기를 즐기도록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훈련할 시간도 짧다. 프로 엘리트 선수들처럼 죽어라 시켜서 하는 훈련이 아니라 바쁜 일상 중에 짬을 내어 알아서 해야 한다. 달리기는 그냥 즐기는 운동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즐길 줄 알아야 멋진 자세와 능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즐겁게 훈련을 해야 달리기 실력도 쑥쑥 늘게 된다. 누가 가르쳐서 잘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두 발로 도로 위를 달리며 환경과 싸우면서 스스로 살아있음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운동이 달리기다. 야구나 축구, 탁구 등의 구기 운동처럼 작전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의 능력보다는 기구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알아서 자연과 싸워 이겨야 하는 운동이다.
스스로 혼자 주로 위를 달리면서 지금 마주하고 있는 자연의 장애 정도나 상태들을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쉽게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달리기 실력이 조금씩 자꾸 늘어간다. 자연은 항상 주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마스터스들의 달리기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노동 달리기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고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대비책을 마련한다.
강압적인 외부 환경의 자극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경기력을 질적으로 높이려면 스스로의 창조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나는 나 자신의 달리기 능력을 믿는다. 난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지만, 내 몸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며 내 몸의 그런 변화들을 사랑하고 믿는다. 다른 사람의 관리를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대단히 변화되고 깨달은 사람이 틀림없다.
대가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패배의식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달리기는 너무나 인간적인 운동이다. 도무지 감추는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보여준다. 부끄러운 약점도 감추지 않는다. 마라톤 완주에 달리기 목표애 실패했을 대는 "내가 훈련이 부족했어. 달리기는 정말 정직한 운동이야!"라고 저절로 솔직히 인정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개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러 제스처를 쓰는 것은 또한 딱 질색이다. 달리기는 계산적이면 안 된다. 솔직한 것이 최고의 덕목이다.
주자들은 상황에 따라 자신을 어르고 달래는 데 도사들이다. 때로는 어수룩하게 놓아주는 것 같다가도, 때로는 엄하게 스스로를 다그치며 휘어잡는다. 대회 출발 전 작전계획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내 계획보다 자신의 계획이 훨씬 낫다고 고집을 해도 혼쾌이 '좋아요!'라고 받아들이기도 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다. 가다가 아니면 다시 내 계획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책임을 지고 완주 후에 내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무럭 무럭 자라게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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