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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럼'15-40]달리기가 우울증을 치유해주는 이유 |
[북포럼'15-40]달리기가 우울증을 치유해주는 이유
좀비 영화를 보면 오싹한 공포를 느끼고 멋진 이성을 보면 호감을 느끼는 것이 생몰학적인 것 너머의 어떤 작용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매 순간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나 마음은 모두 신경세포들 사이의 미세한 틈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다. 결국 감정은 무리 몸 안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지배를 받은 결과다.
우리 뇌에서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으며, 이들이 서로 미세한 이음새 부위인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자극을 주고 받으며 기억과 학습, 감정과 마음이라는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신경세포들 사이의 이음새인 틈을 오가며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신경전달물질들만 40종이 넘으며, 이 중 '조절물질'로 불리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의 세 물질은 1천억 개의 신경세포 가운데 단 1%의 신경세포만 만들어내지만,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들은 신경세포를 조절해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을 많이 만들어내게 하고 세포의 활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는 수상돌기의 민감성도 조절한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신경세포에는 무수한 정보가 전기신호형태로 계속 쏟아진다. 이 때 세 물질들은 뇌에 불필요한 신호는 줄이고, 필요한 신호는 증폭하여 정보의 흐름을 조정하여 뇌에 존재하는 신경화학물질의 전반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일을 한다.
그래서 이 세 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뇌는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세로토닌은 감정과 충동, 분노와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분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의욕에 차 있거나 자신감이 넘칠 때 세로토닌이 활발하게 쏟아지며, 반대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안, 우울, 강박장애 등을 겪을 수 있게 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력과 지각, 동기, 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들을 증폭시키는데,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쏟아진다. 사랑의 물질인 도파민은 뇌의 학습과 보상, 만족감과 집중력 등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 마라톤을 완주할 때까지 훈련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 도파민이며,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꽁깍지를 씌우는 것이 이 물질이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정신분열에 빠질 수도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화를 내다가도 상태를 회복하지만,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의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단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은 감정 조절만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수면장애, 폭식 같은 증상도 겹치게 되어 몸을 상하게 만든다. 운동이 바로 이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들을 분출시키고 조절함으로써 신경계를 지켜준다.
달리기는 양과 강도와 상관없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운동을 시작하면 뇌는 곧바로 신경전달물질을 쏟아낸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정도로 오래 달리지 않아도 누구나 운동 후에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몸을 활발히 움직이는 동안 뇌 속에서 신경전달물질들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최대 심박수의 55~65% 정도의 편안한 강도로 하루 1시간씩만 걸어도, 연료가 평소보다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한 우리 몸이 쌓아두었던 지방을 연소시키기 시작한다. 지방이 연소되면 혈류 속에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분출되고, 이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의 생성을 위한 필수 요인이다. 운동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려 감정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전이 바로 이것이다.
달리기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전체적 균형도 맞춘다. 운동이 이렇게 세 가지 핵심적인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어 주기 때문에 어떤 신경과적 약물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부작용 없이 정신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이유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담배 한 대 생각이 간절할 때 딱 5분간만 활기차게 계단을 오르내려도 도파민과 그 친구들이 나코틴을 대신해 막힌 속을 뚫어주고 위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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