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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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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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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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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럼'16-10]자기 초월적 자유를 만나는 간단한 방법이 달리 |
[북포럼'16-10]자기 초월적 자유를 만나는 간단한 방법이 달리기이다
달리기 그 자체는 강력한 필연성의 지배를 받는다. 어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계속 달려야 한다. 수 많은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앞길을 위협하고, 덥거나 추운 날씨기 될지도 불확실하고 몸은 힘들어 고통스럽더라도 달리기만이 필요불가결한 것의 환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즉흥적인 행동은 정말로 제한된다. 동네의 골목길을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급수대에 도달할 때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물과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불편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덕분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일종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먹거나 마시는 것을 무제한으로 선택할 없으며, 날씨의 필연성에 복종하면서 오로지 내 발걸음의 규칙성만 믿어야 한다는 것이 상품이나 교통, 그리고 통신망 등의 제공물의 과잉과 연락과 구매, 그리고 돌라다니는 것의 편리함의 확대를 그만큼 종속족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시간과 공간에서 나를 해방시켜주는 모든 것은 속도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을 일종의 편리성이나 효율성의 결핍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더 이상 사회적 네트워크의 매듭 하나로 나를 축소할 필요가 없어진다. 거기에 접속하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회적 접속들이 지나칠 정도로 갑갑하고 숨 막힐 듯한 억눌림으로 보일 뿐이다. 이 때의 달리기 행복은 한 모금의 차가운 물과 한 점의 탁 트인 풍경이다. 그래서 나는 이 한 순간의 멈춤을 즐기며 행복한 기분으로 출발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괄호 속의 행복이며, 하루 혹은 여러 날에 걸친 일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나만의 자유다.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실제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상의 타성이 다시 자리를 잡을 뿐이다. 멈춤의 자유는 일상 속에서 오직 일시적인 단절만을 가능하게 해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반감을 버리고, 열정과 꿈을 키워야 한다. 달리다 보면 자연의 엄청난 에너지의 활기가 느껴지고, 나의 욕구가 그 뒤를 따른다.
그 욕구는 강령하고 내 몸은 충족된다. 세상의 문을 박차고 나가면 더 이상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게 된다. 길이 더 이상 발걸음을 무겁고 피곤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수없이 되풀이된다. 그런 과정에서 나를 넘어서는 반항적인 자연의 자기 초월로서의 자유를 만나게 된다.
달리다 보먄 너무 피곤해져서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고 너무 노을이 아름다워 영혼이 동요하며,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너무 도취되어 몸이 폭발하게 된다. 달리기는 결국 내 몸 속에 잠들어 있던 그 반항적이고 근원적인 부분을 일깨워 나의 욕구는 거칠어지고 일체 타협하지 않으며 충동은 영감을 얻는다. 달리다 보면 생명의 축에 수직으로 맞서게 되기 때문이다. 내 발밑에서 솟아나는 급류에 휩쓸려 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재발견하고 오래된 소외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달리다 보면 어떤 사람이 되어 하나의 이름과 하나의 역사를 가지고 싶다는 유혹이나 하나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게 된다.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달리며 누릴 수 있는 자유다.
지금 달려가는 사람은 역사를 가진 몸이 아니라 그냥 태고적부터 시작된 생명의 흐름일 뿐으로, 그래서 두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동물, 키 큰 나무 사이의 순수한 힘, 한 번의 외침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달리는 사람들은 터널을 지나거나 고개를 넘을 때면 한 마리 동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달리면서 소리를 지르곤 한다. 무한한 자유의 극치를 경험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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