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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132]달리기와 건강(80): 항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 |
[의사신문132]달리기와 건강(80): 항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면 건강이 따라온다
나에게 달리기는 바쁜 사람들이 겨우 시간을 내어 잠깐씩 즐기는 일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계속 앉아 있거나 숙이거나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펴고 잠시나마 편한 자세를 취하기 위한 건강법도 아니다. 달리기는 생활의 조건이다. 몸의 이완 혹은 동행 이상이다. 달리기는 본질적으로 몸이 필요로 하는 삶의 한 요소이다.
야외에서 외롭게 달려가는 길 자체가 사색의 문을 열어 생각하고, 달리고, 달려올라 가고, 춤추는 것이 삶의 습관이다. 외부의 청량한 공기와 바람, 아침 오솔길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영감은 빛도 들어오지 않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방의 푹 파인 의자에 허리를 구부리고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하게 되는 생각과 질적으로 다르다.
산의 날카로운 빛과 햇빛을 받은 강물에서 반사하는 번득이는 빛을, 특히 색깔을 입은 생각은 책들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히 쌓여있고 겹겹히 포개놓거나 나란히 놓아둔 책들 모두에 인용문과 출전, 그리고 페이지 하단의 주석과 끝없는 반론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생각의 양과 질은 다르기 마련이다.
꼿꼿이 선 채 무릎을 구부리고, 앉고, 허리를 구부리고, 움츠린 신체에서 나온 생각들이 햇빛을 받은 꽃처럼, 활처럼 펴진 채 상체는 노출되고, 두 다리는 펴지고, 두 팔은 들어 올려진 채 넓은 공간을 향해 열려있는 달리는 육체에서 영감처럼 떠오른 생각들을 어떻게 따라올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달리면서 구상하는 생각들은 다른 책들에서 인용한 생각들에 비해 가볍고 맑고 활기가 느껴지며, 얽매인 데가 없어 자유롭다. 다른 책의 추종자가 되지도 않으며, 확인 때문에 둔해지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강요에 의해 무거워지지도 않는다. 그냥 설명할 필요가 없고, 그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달리는 동안에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움직임으로부터, 어떤 충동으로부터 생겨나고, 신체의 유연성과 춤의 리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육체의 유연성과 도약을 고정시켜 표현하는 것이다. 생각이 경쾌하면 경쾌할수록 확신과 의견, 지식의 깊이는 더 깊어지게 된다. 길을 달리는 육체가 드넓은 세상을 응시하며 휴식하듯, 생각은 가벼운 휴식에 불과할 뿐이다.
내 발은 달리기 리듬을 좋아하고 박자를 맞추고 싶어하고, 잘 달릴 수 있는 달리기 쾌감을 불러일으킬 것을 요구한다. 내가 어떤 숙명을 마주하든, 어떤 경험을 하게 되든, 그 속에는 항상 달리기가 있다. 나에게 달린다는 것은 높아진다는 것, 즉 올라간다는 것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높이 가야 한다. 약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동원하여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야 한다. 바닥에 발을 단단하게 착지하여 딛고, 몸을 천천히 들어 올려야 한다. 그런 다음에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생각도 이렇게 해야 한다. 어떤 생각을 고양시킴으로써 더 경이롭고 더 놀랍고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달리는 길 위에서 한참을 달리다 보면 항상 언덕를 넘거나 굽은 길을 돌아가게 되는데, 이렇게 높이나 방향이 바뀌면 또 다른 경치가 나타난다. 무지 애를 써서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면 몸이 돌아서는 순간 발밑에 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렇게 다른 것이 발견되는 탄성에, 새로운 풍경 같은 발견의 비밀에, 그것이 동반되는 환희에 근거하여 많은 금언들이 만들어진다.
장엄한 세상의 경치를 제대로 차분하게 감상할 여유도 없이 분주하게 바삐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 애쓰면서도, 자신의 가련한 이미지들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지,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들의 도덕이 어떤 독을 품고 있는 지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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