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자 |
 |
이동윤 |
작성일 |
|
2016.03.05 |
|
|
| 첨부파일 |
|
|
|
|
|
 |
[북포럼'16-9]달리면 즐거움은 당연하다 |
[북포럼'16-9]달리면 즐거움은 당연하다
달리기는 소박하고 즐겁다. 그런 소박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가진 한계를 넘어서 자연적 지유를 만나는 것이 문제다.
달리다 보면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혼란스럽기도 하며, 너무 아름다워 영혼이 깨어나며, 오르막 언덕에 헐떡거리며 올라서면 너무 도취되어 몸이 폭발한다. 결국 내 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반항적이고 근원적인 부분을 일깨우게 되고, 욕구는 거칠어지고 일체 타협이 없으며, 충동은 영감을 얻는다. 오로지 달리기만 할 뿐이다.
달리다 보면 생명의 축에 수직으로 맞서게 되기 때문에 내 발 아래서 솟아나는 급류에 휩쓸려가는 것과 같다. 나를 만나려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발견하고 진정한 자아나 잃어버린 정체성을 다시 찾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달리다 보면 어떤 사람이 되어 하나의 이름롸 역하를 가지고 싶다는 유혹이나 하나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게 된다.
어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를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초상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속박에 내맡기는 것이 의무라고 받아들이는 어리석을 일이 아닐까? 아무도 아닌 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달릴 때 누릴 수 있는 자유다. 달려가는 몸이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냥 태곳적에 시작된 생명의 흐름일 뿐이다.
달리기는 그냥 두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이라 불리는 동물이 세상을 누비는 순수한 힘 그 자체일 뿐이다. 영역을 표시하는 사자나 호랑이의 표효처럼 언덕을 올라서면 아래를 내려다 보며 길게 지르는 고함과 같은 힘의 상징이다.
무한의 자유 속에서 나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릴 정도로 에너지 과잉에 빠지는 '러닝 하이'라는 달리기 쾌감 혹은 고양감이라 한다. 세상을 향해 내 몸, 세포 하나까지도 활짝 열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약이나 술, 혹은 춤에 빠지는 지도 모르는 마음에 한 점 흠도 없이 맑고 깨끗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달리다 보면 어떤 내 인생의 꿈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소외시키고 부패하고 오염되고 남루한 문명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되면서 누리는 자유다. 오래 전부터 내 마음 속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라고 있는 나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친숙해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는 달리기는 이름 없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나라는 자아의 마음들과 딱 일치한다. 나 자신에게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에도 초연해지는 나는 일치의 영원한 현재에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포기하면 다른 뭣인가가 나에게 주어지고, 뭣인가를 욕밍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풍성하게 주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힘, 그 자체가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다.
멀리 달리다 보면 포기의 자유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오래 달리다 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지, 결승선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싸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올 때가 있다. 그렇게 꼭 필요한 것들의 무게가 양 어께에 적당히 느껴지면 얼마든지, 언제까지든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 때 나는 왜 내가 달리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게 된다. 지금까지의 과거나 지금 현재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이름, 나이, 직업 등 사회에서의 오래된 특징들이 다 별 볼 일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
|
|
|
 |
|
|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