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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뉴스프레스130]달리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조선뉴스프레스130]달리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달리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직업적으로 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달리는 사람들에게 직업과 이웃, 사업이나 습관, 근심과 걱정 등이 달리기의 동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의 정체성이나 얼굴, 혹은 사회 역할적 가면은 더더욱 아니다. 지식이나 독서, 혹은 인간관계 등 그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는다.
달리기에는 오직 몸만 필요할 뿐이다.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만 있으면, 그리고 볼 수 있는 두 눈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가능하고 또 충분한 것이 달리기다. 들을 지나고 산을 오르고 숲과 냇가를 건너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혼자건 동료와 함께건, 길이 있거나 없거나 아무 상관이 없다. 오직 땅과 하늘과 바람과 풀과 나무와 물만 있을 뿐이다.
달리는 동안은 어떤 사회적 역할도 할 필요가 없고, 어떤 지위에 있지도 않으며, 어떤 인물조아 아니다. 달리는 사람은 단지 길 위에 널려있는 돌맹이들의 둔탁한 불편감과 풀잎들의 가벼운 스침, 바람의 서늘함을 느끼는 몸뚱이일 뿐이다. 달리는 동안은 과거도, 현재도 , 미래도, 계획도, 경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아침이나 저녁만 반복될 뿐이다.
매일 같은 일만 하면 된다.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쉬운가? 때론 조금 지겹기도 하지만 말이다. 달리는 동안에는 오직 눈에 들어오는 길만 따라갈 뿐이다. 길 위에서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내가 살아온 세월을 날려버린다. 바로 그 순간 얼마나 살아왔든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릴 적 골목을 달려가던 어린이만 남아있다. 길 위에는 영원한 젊음이 존재한다.
길 위를, 혹은 존재하지 않는 길을 만들면서 달리는 동안은 어떤 일도, 불행도, 불운도 나에게는 일어날 수 없다고 느낀다.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똑바로 선 채 유쾌한 대기 속에 얼굴을 담그고 무한한 공간 속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동안은 일상에서의 째째한 에고이즘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을 다 본다.
자연과 나의 영원을 이어온 협력과 조화 속에서 주위 풍경에서 어떤 것이 생겨나는지, 무엇이 결코 다른 식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지 알아내야 하는 일만 남는다. 단순한 강의 굽어짐이나 산의 능선을 응시하거나 사람을 홀리는 숲 속 오솔길을 지나갈 때는 잠깐씩 서서 나뭇잎의 냄새를 맡고 하늘을 쳐다보며 바람의 향기를 느끼며, 울퉁불퉁한 바위의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한다.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꽃들은 여전히 눈부시며, 하늘은 여전이 푸르고 맑다. 달리다 보면 모든 것이 흡수된다. 끝없이 달려가자. 아주 높는 언덕을 뛰어 오를 때는 높은 곳을 피부의 모공으로 통과시키고, 달려 내려갈 때는 나중에 내 몸이 지금 밟고 내려가는 흙으로 만들어졌으며 나중에 또 그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찰의 벽에 소 등을 타고 피리를 불며 나오는 인연도의 불화처럼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이 곧 자연 속의 풍경이 된다. 그렇다고 꼭 풍경 속에 녹아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달리는 사람이 사라져서 풍경속의 하나의 선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불과 같은 것이다. 꼭 닫혔던 꽃봉오리가 갑자기 터지는 어떤 순간 같은 것이다.
달리기는 시간이 붉게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달릴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달리기만 할 뿐이다.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오직 달리기만 하면,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일에 매달리지도 않으며, 일의 노예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만의 순수한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고, 어린 시절의 소박하고 즐거웠던 달리기 놀이의 재미를 재발견할 수도 있다.
다들 알다시피, 경험이나 능력이 있어야만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을 만들어 나 스스로에게 맡기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 성공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도 나 자신이다. 이런 이유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이유가 없는 나만의 달리기 그 자체가 아름답고 멋지고 행복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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