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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럼'16-14]오늘 달리는 중에 몽상에 빠진 사람이 과연 나 |
[북포럼'16-14]오늘 달리는 중에 몽상에 빠진 사람이 과연 나일까?
파죽지세로 달려오는 일교차 큰 환절기 날씨에 몸과 마음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감기에 걸리거나 과민성 위장염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꽃샘 추위 속에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하듯 하루하루를 넘기는 긴장감에 저녁이 되면 공허감을 느끼기도 한다.
큰 경기 관전 뒤, 특히 아슬아슬하게 패배로 끝난 빅게임 뒤에 느껴지는 허탈감은 위기를 벗어날 때마다 마치 선수가 된 것처럼 함께 열광했기 때문에 끝난 뒤 느낄 수 밖에 없는 공허감으로, 기분 좋게 술을 마신 다음 날 찾아오는 무기력함과 비슷하다.
숨 가쁜 운동 경기를 보고 있으면 기쁨이나 흥분, 쾌락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데, 이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경기 동안 도파민 분비가 최고조에 도달했었다면 이제 다시 정상 수준까지 내려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런 관계로 축제 분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우울하고 허탈한 분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렇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잘 잘 극복해내려면 경기 기간 내내 느꼈던 흥분과 즐거움을 일상 생활에 적용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은 달리기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 주자들의 모습을 나 자신의 삶과 비교해 새롭게 분발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격한 응원과 흥분을 맛본 사람들은 흥분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하면 좋다. 운동을 하면 신경전달물질 ‘엔돌핀’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20∼40분 정도 스트레칭, 산책, 걷기, 달리기 등으로 몸을 달래주면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허탈감과 피로를 극복할 수 있어 좋다.
일상애서 마주하게 되는 악의와 불신, 그리고 증오 같은 부정적 감정은 원시 조상들에게서는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그런 부정적 감정들은 나의 마음과 접목하여 나를 세상이라는 인공 정원 속에 가두어 속박하면서, 계속 싹을 틔우고, 자라나면서 천성적으로 자비로운 마음을 억누른다.
큰 나무 아래 작은 초목들 사이로 난 흔적만 남은 길을 달리다 보면, 길을 잃어야만 나 자신의 마음에 더 잘 귀를 기울이고 나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원초적 인간성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고 나면 나 자신과 더 잘 조화를 이루게 되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숭배하지 않고 사랑하게만 된다. 다른 사람들과도 더 잘 조화를 이루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진심으로 연민하고 동정하게 된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놀이처럼 달리게 된다. 그냥 지평선에 넘어가는 태양의 움직임에 나 자신을 일치시키고, 분과 시간, 나날의 규칙적인 박자를 느린 걸음으로 유지할 뿐이다. 햇빛의 박자에 맞춰 아무 생각 없이 달린다.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시간이 오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며, 낮의 오고감과 밤의 피로가 엄습하도록 가만히 있어야 한다. 행복은 동요도, 시간적 간격도 갖지 않는 규칙적이고 절제 있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달리는 것은 곧 시간과 동행하는 것, 아이와 함께 하듯 시간과 보조를 맞추어 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잊혔던 기억들이 의식의 표면으로 다시 떠오르고, 황혼녁의 그 오랜 달리기에서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하듯 이 기억들과 인사를 나눈다. 결국 나는 이 기억들에 관용을 베풀고, 기억 역시 더 이상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되살리지도 않고, 후회 때문에 영혼을 지치게 만들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제 그 기억 속의 일들을 체험했다는 어렴풋하고 기묘하며 초연한 확실성만 남아 지속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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