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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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뉴스프레스214]내가 달리거나 걷는 길위에서 배우는 것은?
[조선뉴스프레스214]내가 달리거나 걷는 길위에서 배우는 것은?

나는 하루 평균 10~20km를 달리거나 걷는다, 이론적으로는 일 주일에 70~140km, 한 달에 300~600km에 달하는 먼 거리다. 통상 300km는 쉽게 넘지만, 600km에 도달한 적은 아직 없다. 350km에서 450km 정도가 무난한 듯하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먼 거리를 달리거나 걷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달리기나 걷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처음 출발할 때의 리듬을 계속 유지하면서 달리다 땀이 나거나 힘이 든다 싶으면 그냥 걸으면 된다.

출퇴근을 하거나 외부 회의를 가거나 약속 모임에 가면서 이렇게 다니다 보면 굳이 미치광이나 괴물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다. 매일의 일만 없다면 그냥 우리 나라를 횡단하거나 종주하고, 또는 국경을 따라 완주하는 것이 완벽하게 가능할 뿐만 아니라 외국도 달리거나 걸으면서 어디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의 신체와 정신으로, 다리와 눈으로 한 걸음씩 차분히 풍경과 공기를 파악하며 내 피부 위를 기어가는 개미처럼 부지런히 땅위를 달리거나 걸어가는 기분이 그런 것이다. 자동차와 달리기 또는 걷기는 완전히 극과 극의 차이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살이에서 이 둘은 항상 서로 양립할 수 있는 두 극단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함께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햇볕 따사로운 겨울의 구름낀 도심 속을 달리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풍경은 일요일이라고 해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주어지거나 그 자체가 요구한 일주일만의 휴식, 토요일과 월요일 사이에 잠깐 열렸다가 닫히는 7일장의 부산함들을 식물이나 나무나 풀과 동물들은 알지 못한다.

겨울 찬 바람의 침입을 막기 위해 꼭꼭 닫긴 창문 밖으로 일요일의 고기 굽는 요리 냄새가 풍기면 주자의 허기진 식욕을 자극한다. 그래도 주자들은 참고 달리기를 계속한다.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음식이 보내는 유혹의 미소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가능할 때 두둑히 먹어두고 운동이 끝난 후에 먹는 것이다.

개들만이 산책 나가려 준비하는 주인의 움직임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무한할 정도로 복잡다단하여 생태계 이면에 어떤 복잡한 것이 더 있을 것인지는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컴퓨터라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태양을 마치 절대자인 것처럼 숭배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길 위에서 진정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달리기나 걷기는 즐거움이나 고역이 될 수도 있고, 달리기나 산책이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동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지식의 수단, 길에서 만나는 다른 이들에 대한 지식이 넓어지는 방편이 될 수도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달리는 길은 학생들, 근로자들, 여행자들, 방랑자들의 이동 경로였을 뿐만 아니라 섬세한 입문, 배움과 수학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조직망이기도 하다. 꽃과 곤충, 동물과 사람, 햇빛과 풀, 풍경과 바람, 얼굴과 미소, 또는 멍하니 공간을 응시하는 공허한 눈빛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느낌이다. 귀를 스치는 공기의 노래와 그 애절한 자유를 알 수 있다.

달리기라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차이의 감정과 같은 무언가가 명료해진다. 길을 달리다 보면 만나는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친구가 된다. 아무런 반감 없이 달리기나 걷기에 대한 이야기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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