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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나에게 의미 있는 행동이다 |
달리기는 나에게 의미 있는 행동이다
인간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어떤 목표를 위해 애쓰고 분투하는 일이다. 나치의 유대인 포로 수용소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정신과 의사 박터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의미 추구가 인간 삶의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동력이며, 목적의식이 정신 건강의 정수라는 말이다.
포로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고통을 받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놓지 않는 죄수들이 그렇지 않은 죄수들보다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남여의 삶에서 결핍된 것이 바로 목적의식이라는 점도 포착했다. 전심을 다해 헌신할 수 있는 목적이나 대의 말이다.
니체의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는 밀과 일맥 상통한다. 세상에서 아무리 안락한 삶을 누리더라도 목적의식을 깊이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슬프고 공허할 수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목적의식만 투철하면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의 구체적인 특성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삶의 의미 또한 먹고 살거나,예술 작품을 창조하거나, 과학을 발전시키거나, 사회공동체에 봉사하거나, 스포츠 기록을 달성하거나, 물질적 부를 축적하거나, 자연과 교감하는 등 개인적으로 의미 충만한 목표를 자유 의지로 선택하여 거기에 전념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 있는 일들은 거의 전부가 저절로 성취되는 법은 없으며, 내가 이미 성취한 일과 여전히 성취해야 할 일 사이에는 긴장된 고생과 수고로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긴장이야말로 가치 목표를 추구하는 건강한 정신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
달리기가 쉽고 편하다면 더욱더 지루할 것이다.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달리기가 더욱더 즐겁고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달리기는 항상 과거의 성취와 미래의 성취 사이에 정확히 딱 맞는 정도의 긴장을 만들어 낸다.
언제든 나의 성취와 극복한 어려움들에 대해 만족스럽게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동시에 아직 이루지 못한 일과 극복해야 할 어려움들을 통렬하게 내다볼 수도 있게 만든다. 달리기에 관한 한 나는 자유로이 선택한 단 하나의 목표에 나 자신을 온전히 헌신했다. 어떤 의미에서 달리기는 나의 인생이 어떨 수 있고 또 어떠해야 하는지 맛보게 해준 경험이었다.
오랫 동안 나는 무의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았고, 달리기는 내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구를, 아니면 적어도 숨 돌릴 틈을 만들어준 셈이다. 매일 매일 한강 산책로를 걷거나 달리는 단순한 행동이 오랫 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활력과 충족감을 되돌려 주었다.
달리기는 나에게 삶의 새로운 목적 의식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나는 평소답지 않는 활력과 충족감을 느끼고 날마다 시간마다 일반적인 삶의 의미가 아니라 나의 인생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의미를 갖게 된다. 대의나 공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중요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유로이 선택되고 나만의 의미로 충만한 것이면 충분하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말하는 위대하고 우주적 대의는 전혀 필요가 없다. 그저 나에게 의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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