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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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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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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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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이든 달리는 삶은 지속된다 |
어떤 순간이든 달리는 삶은 지속된다
실내 트레드밀 위가 아니라 야외에서 자연 속을 달리면서 신선한 공기와 운동량을 충분히 얻을 수 있고, 일상적인 걱정과 생활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어느 정도 일정 시간을 달리면 대단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만큼 자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평소 겉으로 나타나는 까칠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 안에 있던 관대하고 다정해서 더 괜찮고 호감 가는 인물을 밖으로 불러내 주고, 그렇게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스스로 목격하기 때문이다.
진짜 침대는 진짜 침대고, 폭신한 의자는 폭신한 의자고, 더운 물 사워는 더운 물 샤워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 불평꺼리가 없어지고 불평하지도 않게 된다. 그런 관점과 생각들이 삶의 재미와 극적인 요소들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수풀이 우거진 언덕을 따라 달리는 길은 주변 자연 경관들이 시야에 들어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상한 내면의 떨림이나 광활함 안에서 길을 잃은 듯한 불안하면서도 묘하게 편안한 기분, 외로움과 하찮은 느낌에서 오는 기이한 행복감 같은 것이 바로 야외 달리기에서 나에게 전해지는 자연의 기운이다. 이런 경험이 유별나게 나에게서만 일어나는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냥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무한이 기쁜 동시에 떨리기도 한 평범한 경험이다.
트레일 런을 달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자연의, 산능선들의 무변광대하고 장엄한 광경, 다가갈 수 없는 고립무원의 세상, 어떤 고정된 형식이 없는 무질서 속의 아름다움과 거기서 오는 위험천만한 느낌, 인간의 계획과 욕망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연의 냉혹함, 이 모든 것이 즐거운 공포, 끔찍한 공포 같은 상이한 외경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삶의 여정이 불확실하다는 것은 이정표가 별로 없고, 다음 이정표까지 간격도 먼 데다, 그나마 있는 이정표들도 꼭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불확실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야외 달리기가 즐겁고 유쾌해지는 이유는 아무리 짙은 안개나 따갑게 쏟아지는 빗줄기들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이 잦아들고, 안개는 옅어지고, 빗줄기는 약해지고, 기온은 올라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만간 온전히 온기와 햇볕에 감싸인 건강하고 즐겁고 안락한 세상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대부분 너무 강렬해서 숨이 막히는, 무서운 아름다움으로 나 자신과 나의 의지와 욕망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인지 드러내어 보여준다. 그래서 나 자신이 잠시 의지와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러닝하이의 황홀한 상태에 빠져 나 스스로를 포기할 수 있게, 나 자신을 세상에 바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 첫 5분은 즐겁고, 30분이 지나면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면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더위도, 추위도, 비도, 바람도, 눈도, 먼지도 똑같다. 좋은 말도, 싦은 말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 좋은 일도, 싫은 일도 똑같다. 힘들어도 나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위해 애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래도 계속 달리다 보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모든 예상과 기대를 뒤엎고 달리는 중의 시련과 도전이 마냥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든 달리기 자체가 즐거워진다는 말이 아니라 달리는 중에 만나는 장애물에 맞서 싸우고, 그때 그때 그런 것들을 이여나가는 데서 즐거움을 얻기 시작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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