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동윤  작성일 20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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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여정은 분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야 한다
마라톤 여정은 분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야 한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는 빠르거나 느린 것은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자들이 불필요하거나 헛된 계획에 쓸데 없이 힘을 쏟지 않고 코스 위에서 명예롭게 달릴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나에게 최적화된 속도, 즉 빠르기보다 느림이다.

내가 마라톤 전 구간을 완주하는데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다. 얼마나 빨리 끝내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서열에 따른 수직적인 접근이 아니라 수평적인 시각으로 한번 바꿔보자. 내가 마라톤을 완주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의지를 가지고 움켜잡고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요소들을 한번씩 살짝 살짝 건드려보면서, 그럼으로써 모든 요소들이 현재의 모습이나 앞으로 선택하기로 합의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때로는 나의 본래 속도로, 때로는 빠르게, 또 때로는 느리게 나를 향해 다가올 것이다.

어린 시절 625 남침전쟁 이후의 어렵고 힘든 시절을 몸으로 겪어냈다.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점심시간에 나눠주던 미국정부가 원조한 분유 배급을 못 받는 상황이 아니라 쌀도 없고 국도 없고 반찬도 없는 상황, 혹은 불도 없고 자유도 없이 해야 했던 공습대피 훈련 같은 궁핍 그 자체 상황이다.

어쩌다가 부산으로 유학을 가게 되어 질리도록 갑과 을이 엄격히 구분되는 수직적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까지 서슴치 않았지만, 매일 새벽 뒷 동산까지의 달리기와 토끼뜀 언덕오르기 같은 내가 개발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며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나는 신중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행동해야 함을 일찍 깨달았다. 아는 척하면 할수록 무지함이 더 빨리 들통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사물의 다른 면은 나의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길을 달릴 때나 심지어 이 세상을 하직할 때도 발끝으로 사뿐이 걷듯이 조용하게 떠나고 싶다. 가능하면 상대의 눈도 정면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지 않으려 노력한다. 상대가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흘낏 스치듯 지나치며 볼 뿐이다.

이렇게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덕분에 모두 한 지붕 아래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꿈꿀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현대 사회에서 과거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상식에서 벗어난 맹목적인 시대였을 뿐이다.

길 위에서는 아직도 혼자만의 삶이 가능하다. 물론 나에게는 가족이 있고, 가족들과의 헤어짐도 준비해야 하고, 아직도 내 삶 자체가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자식들도 있다. 현실의 삶의 현장에서는 어렵지만 길위에서는 아직도 예전의 삶 자체를 되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한 걸음의 전진에서 시작하여 의미 있는 인생 마라톤 여정이 처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산되어 광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며 불확실한 발걸음 옮기기를 계속한다. 그것이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내 능력을 훌쩍 넘어서는 달리기를 계속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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