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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세상과 삶의 경계를 허문다 |
춘천마라톤 대회에서 달린 후 6일 만에 달리는 한강 산책로는 내 관절들이 잘 회복되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어주 멋진 시험대다. 몸에 최대한 힘을 빼고 오늘은 21km만 달릴 계획으로 길을 떠난다. 나에게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나 스스로를 약간 위험하게 만들어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인간답다고 느끼는 사고방식이다. 달리기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의 필요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혼자서 달리는 여정은 매번 이런 저런 위험 속에 노출되게 된다.
계획한 거리를 달리기에 적합한 체력 만들기나 컨디션 유지는 나 자신의 통제 하에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지만, 나의 통제 범위 밖의 외적인 위험 요건들이 훨씬 더 많고 위험도 또한 훨씬 더 높다. 적절한 체력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주 4~5회의 규칙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추위와 더위, 눈과 비 같은 자연적인 장애 뿐만 아니라 부상과 질병, 천천히 자신들이 이야기에 빠져 있는 산책객들, 무언가 제한시간 안에 도착햐야 하는 듯 신나게 페달을 밟는 자전거 드라이버들, 무리지어 달리가는 인라인스케이터들, 주인따라 천방지축인 애완견들의 공격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어떤 때는 사고나 부상으로 좌절의 순간도 겪게 되지만, 그런 상황들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몸 상태가 다시 좋아지면서 평소의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게 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며 다리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불편감이나 딱딱함 쯤은 그런 증상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행복해진다.
지금 건강해서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나만의 모험을 거의 매일 할 수 있고 삶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다고 여긴다. 달리기 훈련의 마지막에는 거의 매번 또 다른 탄생이 나를 기다라고 있다. 인생에서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적어도 보통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한강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올해가 가기 전 가을과 겨울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만나는 고독과 고통, 기쁨과 장애들까지 감안하면서 나 자신의 한계에서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주로와 환경과 기회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 삶의 여정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어떤 달리기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나이 칠십이 되어도 나 스스로를 넘어서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남아 있는 한 달리는 길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달리기와 걷기, 또는 등산으로 시간을 보낸 약 60 여 년의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삶의 추억들도 아침 저녁으로 맞는 빛의 찬란함이나 바람의 서늘함을 되돌려주지는 못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매일 노력한다. 그리고 분명히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 이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지금 내가 더욱 열심히 달리고 글을 쓰도록 부추기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일상 속의 자연이 풍겨주는 아름다움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여 건강하게 늙어가는 일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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