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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무슨 죄가 있어...?!" |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고 술과 담배를 즐기시던 제 지인 한 분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담당선생님께서 갑상선과 담낭에 암의 의심된다며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갑작스런 암 운운하는 말에 이 분이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당장 입원을 하였는데,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셔서 무슨 검사, 무슨 검사를 해야 한다면서 피도 수없이 뽑아가고 검사도 계속하니까...
'야, 나는 이제 온 몸에 암이 퍼졌구나!'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니까 주치의의 모든 행동이나 검사들이 전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짜증이 나는데, 주치의는 들은 척도 않고 만만한 것이 부인입니다.
부인에게 온갖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니까 이 부인은 영감의 괴로운 마음을 좀 편하게 해주려고 통해 통해 어떤 선생님에게 검사를 대강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고...
그 선생님은 같은 병원에 있지만, 자신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정 불편하면 자기 과로 전과를 하시면 편의를 봐드리겠다고 해서 이 부인이 담당 교수를 만나 양해를 구하고 조금 가벼운 기분으로 영감에게 경과를 이야기 했는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눈앞에서 꺼져버려!"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고함 소리만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부탁하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칭찬은 못해줄 망정 뭐 꼴도 보기 싫다고...?'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 니 맘대로 해봐라'하면서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저녁에 진료를 마치고 부인과 함께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는데, 이제 대강의 검사결과가 나왔는데...확실히 암이라고 확진이 되는 것은 아니고, 찝찝하니까 수술하자는 정도였습니다.
제가 "수술은 급한 것도 아니니까 이제 퇴원해서 다른 선생님에게 여기서 검사한 결과를 복사해가서 한번 의견을 들어보고, 똑같은 결론이면 6개월 후에 다시 경과를 보고 수술을 결정하자"면서, 이제 한 시름 놓았으니까 나가면 제일 먼저 '축하 소주나 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부인이 당장 "소주의 '소'자도 듣기 싫다!"며 술과 담배를 줄이라는 자신의 충고를 무시했던 영감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그 분의 말씀 한 마디가 좌중을 웃겨 버렸습니다.
"와, 소주가 무슨 죄가 있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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