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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국민][사후 피임약 제대로 알고 쓰자] |
믿어도 될까요 ‘사랑의 구급약’
“남자 친구랑 몇일전 관계를 가졌는데요. 생각해 보니 배란기 때 같아요. 임신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런데 사후 피임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관계 후 먹으면 임신이 안되는 건지,어디서 살 수 있는지,미성년자한테도 파는지 궁금합니다. ”
각종 포털이나 일선 산부인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흔히 볼수 있는 글이다. 최근 성개방 풍조가 확산되면서 성관계후 임신을 막기 위해 긴급히 먹는 응급(사후) 피임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입 방법이나 사용법,피임 성공률,부작용 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특히 젊은층사이에서는 마치 ‘만능 피임약’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어 성개방 풍조를 탄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성폭행 등 특수한 경우만 사용해야=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응급피임약은 현대약품이 지난 2001년 11월 프랑스 HRP파르마사로부터 수입보급한 노레보정이 대표적. 그밖에 국내 제약사가 이 약을 모방해 만든 제품(제네릭)도 2∼3개가 나와 있다.
노레보 정은 기존의 먹는 피임약에 포함된 황체 호르몬의 농도를 5∼6배 농축시켜 만든 알약. 새로운 성분은 아니다. 약 자체가 배란을 연기시키거나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해 임신을 막는다. 즉 이미 임신된 상태에서 유산을 시키는 것이 아니고 임신이 아예 안되도록 하는 것이다.
복용 방식은 지난해 3월부터 성관계 뒤 72시간 이내에 2정을 한번에 복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전에는 성관계 뒤 72시간내에 1정을 우선 먹고 이후 12시간안에 두번째 1정을 추가로 먹는 것이어서 두번째 약 복용을 잊거나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
전문 의약품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약값은 2정 한세트에 1만원∼1만5000원 정도. 건강 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응급 피임약은 말 그대로 계획되지 않은 성관계,콘돔이 찢어진 경우,성폭력 등 원하지 않는 임신의 가능성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면서 “기존의 일상적인 피임 방법으로 잘못 인식돼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효능과 부작용,주의 사항=응급 피임약은 빨리 사용할수록 효과적이다. 성관계후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5%에 그치지만 25∼48시간 이내면 15%,49∼72시간 사이면 42%에 이른다.
일반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이 0.1∼2%,루프로 불리는 자궁내 장치의 경우 0.3∼2%,콘돔의 2∼15%와 비교하면 피임 실패율이 꽤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응급 피임약은 반복 사용할수록 피임 효과가 떨어진다. 처음 사용한 경우엔 실패율이 11∼25%지만 두번째 사용에선 19∼38%로 높아진다.
응급 피임약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생리 불순. 전체 복용자의 70%에서 나타난다. 속이 메스껍거거나 유방이 붓고 전신 무력감,현기증,두통 등의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복용전 임신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응급 피임약 복용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임상연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자칫 기형아 출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실 이인규 교수는 “제약사측은 응급 피임약을 먹고 임신이 돼도 임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고농도 호르몬제인만큼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응급 피임약 복용후 나타나는 질 출혈로 대개 피임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으나 속단은 금물. 응급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착상출혈과 자궁외 임신시 출혈 등의 이상 임신반응에 의해서도 피가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급 피임약을 복용한 뒤 3주가 되면 의사에게 검진을 받아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응급 피임약은1회에 한해 효과가 있으므로 그 이후엔 즉시 다른 먹는 피임약이나 콘돔 등으로 피임을 계속해야 한다.그러나 성관계 때마다 복용하면 부작용 가능성이 커지므로 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자궁의 임신 경험이 있거나 난관염,골반염,간질환,크론병 등 소화기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은 부작용을 겪을 우려가 더욱 높으므로 복용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도록 해야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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