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경직 차단… 뻣뻣함 호전 균형감각 회복
발병초기 시술 효과적 어린이 성장도 도움
지난달 24일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재활의학과를 어머니 유호승(33·서울 송파구 거여동)씨와 함께 찾은 김영도(4)군. 뇌성마비 환자로 지난해 12월 초 시술을 받은 후 의료진의 마지막 진료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아직은 다소 어색한 걸음걸이였지만 또래 아이들처럼 복도를 부산스럽게 오가며 해맑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영도군의 부모가 그동안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체중(1.6㎏)에다 조산아로 태어났던 그는 팔을 짚고 방바닥을 기어다녀야 했다. 하지근육의 마비증세가 있는 뇌성마비 환자로 제대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발자국 걷다가 곧 앞으로 넘어지지가 일쑤였다. 어린이집에 갈 때도 반드시 의료보조기를 착용해야 했다. 아들이 제대로 일어서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유씨는 이날 “날아갈듯한 기분이에요. 영도가 앞으로 겪을 힘든 생활이 떠오를 때마다 눈 앞이 깜깜했는데, 이보다 큰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은 없다”라고 감격해 했다.
영도군은 한국엘러간의 보톡스 지원으로 강남성모병원에서 무료시술을 받아 크게 호전된 경우. 강남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고영진 교수는 “영도군은 양다리에 마비증세가 있는 뇌성마비 환자였는데, 보톡스 주사를 통해 부분적인 경직을 없애는 치료를 했다”면서 “앞으로 운동을 지속하면 정상적인 상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성마비와 징후=뇌성마비는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어 근육 조절이 매우 어렵거나 전혀 되지 않는 일련의 운동장애 질병군을 지칭한다. 때로는 성장 시기의 발달 이상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일부 어린이는 분만 시 입은 뇌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뇌성마비는 강직성, 아테토이드(Athetoid), 운동실조, 혼합형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강직성 뇌성마비는 일부 근육들이 매우 강직된 상태로 운동이 어렵고 아테토이드 뇌성마비는 운동 조절이 안되며 느리고 몸을 비트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양상은 어린이가 흥분하거나 화가 났을 때 증가되는 경향이 있으며, 보통 수면 시에는 없어진다. 운동실조형 뇌성마비는 흔하지 않지만 균형을 잘 잡지 못하여 잘 넘어지고, 걸을 때 비틀거리고 손이 경직된 상태로 말을 하는 양상을 보인다. 때문에 뇌성마비의 어린이는 또래 아이들이 손쉽게 습득하는 단순작업 학습뿐 아니라 다양한 게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관성을 맺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한다.
▲뇌성마비 치료=뇌성마비는 아직 완치가 가능하지 않지만 근육경직과 발끝 걸음(toe walking) 등 대부분의 뇌성마비 증상들이 현저하게 완화되거나 치료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근육 성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다른 어린이들과 어울려 밖에서 놀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게 되며, 이전에는 결코 가능하지 못하였던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다. 또한 조기에 보톡스 치료를 시작해 물리치료와 병행하면 최상의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뇌성마비를 치료하지 않으면 많은 뇌성마비 어린이들이 경험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근육통증이 지속될 뿐 아니라, 뼈 단축 과정이 더욱 악화되어 성장 단계에서 여러 번 수술을 해야 한다.
▲소아 뇌성마비 환자의 보톡스 치료=소아 뇌성마비는 대개 85% 정도가 선천성이다. 즉 태내에 있을 때 뇌로 가는 혈관이 장애를 일으켜 뇌 손상을 일으켜 태어난 후에 팔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고 몸 전체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팔 다리가 뻣뻣할 경우 보톡스 주사로 시술할 시에 보톡스의 보툴리늄 톡신이라는 물질이 신경에 작용해서 근육을 수축하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성마비 아이들의 경직을 차단해서 이 뻣뻣한 현상이 감소하게 된다. 주사, 수술 및 보조기 치료를 하려고 해도 너무 뻣뻣해서 보조기가 잘 안맞는 경우가 있고, 또한 정형외과적인 수술을 하려고 해도 5세 이후에야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어떤 치료를 해 줄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때 보톡스 치료를 해주게 되면 관절이 완전히 굳는 것을 예방하고, 또한 더 효과가 좋은 아이들은 걷지 못하던 아이가 걷게 되는 등 많은 효과를 보인다. 보톡스 주사 후의 물리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치료의 효과를 최대한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아 뇌성마비의 보톡스 치료 효과=보톡스 치료로 뇌성마비 자체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보톡스 치료 결과는 뇌성마비의 위중도, 치료 시 나이, 치료 후 물리치료 정도 등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좌우된다. 통상적으로 주사 후 2∼4주 정도가 지나 발끝으로 걷는 모양에서 정상보행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최대 효과는 4∼6주 후에 관찰되고, 보행이 훨씬 더 용이해지며 균형감각도 개선된다. 보톡스 치료는 발병 초기에 해야 가장 성공적이고 지속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영구적 치료효과가 관찰된다.
고영진 교수는 “보톡스 치료는 어린이의 적절한 신체발육을 용이하게 할 수 있고, 더욱이 어린이가 성장하여 수술을 잘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수술 연기가 가능하고, 수술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면서 “다만 현재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탓에 시술 가격이 비싸 많은 어린이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원익 기자 wick@segye.com
|
제 목 : [세계]보톡스로 소아뇌성마비 부분치료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