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릿 지∼릿 정전기] 촉촉한 손길엔 안 ‘通’한다
택시기사 유모(45)씨는 요즘 도처에서 만나는 정전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차문을 여닫거나 손님들과 돈을 주고받을 때마다 느껴지는 정전기로 인해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 특히 한밤중에 차 열쇠를 꽂으면서 느끼는 충격은 거의 전기 쇼크를 방불케 한다고 그는 털어놨다.
연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유씨처럼 정전기 때문에 유독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정전기(靜電氣)란 말 그대로 흐르지 않고 모여있는 전기를 말한다. 물체가 마찰에 의해 외부의 힘을 받으면 전기적 성질을 띠게 되는데,이렇게 생긴 전기가 몸에 머물러 있다가 전기가 통하는 물체가 손끝에 닿으려는 순간 방전되면서 순간적인 전기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때 인체가 받는 충격은 어두운 곳에서 불꽃을 볼 수 있고,침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정도. 약 3000볼트의 전압에 해당된다. 전압이 강하면 5000볼트까지 달하는데,이 경우 손바닥부터 팔꿈치까지 통증이 오고 손가락끝에서 파란 불꽃을 볼 수도 있다.
◇허약자·과로자 쇼크 위험=정전기는 습도가 낮을수록 자주 발생하며,습도가 높으면 감소한다. 이는 수분이 전하를 띠는 입자들을 빠르게 전기적 중성 상태로 만들기 때문. 대기의 상대습도가 60%이상이면 정전기가 남아있지 않지만 30%이하면 정전기가 많이 쌓인다. 다른 계절보다 공기가 건조한 겨울철에 정전기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수진 교수는 “정전기는 전압은 높아도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위험하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피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정전기가 지닌 수천 볼트의 전압으로 인해 염증이 악화될 수 있고,몸이 허약하거나 과로한 사람도 정전기 쇼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전기가 피부의 가려움증을 심화시키고 혈액 중의 산이나 알칼리 농도를 높여 당뇨,심장병 환자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준다는 학설도 있다. 젊은이보다는 노인들이 특히 정전기의 피해를 더 많이 호소하는데,이는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
남녀에 따라서도 다르다. 남자는 약 4000볼트 이상이 돼야 정전기를 느낄 수 있지만,여자는 약 2500볼트만 돼도 찌릿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또 뚱뚱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이,몸이 따뜻한 사람보다 몸이 차고 피부가 건조한 사람에게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피부 건조 방지가 최선책=인체에 정전기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는 없지만,정전기가 몸에 쌓이지 않도록 해서 충격을 예방할 수는 있다. 우선 항상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정전기가 가장 잘 발생하는 곳이 손이므로 체질적으로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손을 자주 씻어 물기가 남아있도록 하거나 보습제를 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물체를 잡을 때는 손톱 끝으로 두세번 톡톡 두드려 정전기를 방전시킨 다음 잡는 것도 한 방법.
머리는 매일 감기보다 1주일에 3∼4회 감되,삼푸의 거품을 충분히 내 모발에 부드럽게 비벼준다. 마지막에는 찬물로 헹궤 주어야 보습 효과가 있다. 머리카락 엉킴을 방지하는 린스 사용도 필수. 머리카락은 드라이어보다는 수건으로 톡톡 두드려 자연스럽게 말리는 것이 좋다.
이와함께 정전기가 심한 옷은 목욕탕에 한두시간 걸어뒀다가 입으면 적당히 습기가 차 정전기를 막을 수 있다. 또 옷을 입을 때는 합성섬유만을 겹쳐 입기보다는 면같은 천연섬유와 같이 입도록 한다.
정전기 방지를 위한 구두나 옷,열쇠고리,스프레이 등 시중에 나와 있는 정전기 방지 제품들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 주위에 가습기를 설치하거나 젖은 빨래 등을 널어 습도를 높여주는 것도 한 방법. 화분이나 수족관,미니 분수대를 이용하는 것도 권장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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