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파 이겨온 당신 사랑으로 부축을
최근 대법원장을 지낸 80대의 사회 지도층 인사가 다리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자살 원인은 신병 비관과 우울증이었다. 이렇듯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노인들 중에 의외로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5∼10%가 앓고 있을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병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과 다르게 본인의 치료 거부,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기가 일쑤. 이 경우 자살이나 뇌졸중,심근경색,치매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 및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단순 노화 현상 오해 쉬워=노인성 우울증은 무기력,두통,복통,식욕 감퇴같은 신체적 증상과 기억력 및 판단력 감퇴 등 인지 기능의 저하를 수반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단순 노화 현상으로 오해해 방치하기 쉽다는 것.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더구나 노인들은 ‘우울하다’는 감정 표현을 어색하게 여겨 실제 가족이나 의사가 ‘우울하냐’고 물어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젊은 사람들의 우울증이 불면증과 불안,초조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반면 노인성 우울증은 이와는 반대로 틈만 나면 잠을 청하고,자꾸 가라앉는 증상을 보인다. 또 외로움을 잘 타며 유머가 사라지고 분노와 절망감을 보이기도 한다.
개중엔 자신이 중대한 병에 걸렸다거나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 등 망상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들이 2주이상 계속되면 일단 노인성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또 갑자기 과음을 하거나 특별한 원인도 없고 병원에 가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고 호소할 때도 우울증이 의심된다.
◇퇴행성 질환자 우울증 5배 많아=직업의 상실,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경제적 궁핍,배우자와의 사별 등 사회·심리적 요인이 노인성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특히 사별을 경험한 노인의 경우 6개월이 지나도록 계속 우울 증상을 보일 땐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도록 하는 게 좋다.
일시적 뇌경색이 일어나 뇌세포가 파괴된 경우에도 우울증이 올 수 있는데,이를 ‘혈관성 우울증’이라 한다. 이런 노인의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4배나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성 통증이나 심장 질환,갱년기 장애같은 신체 질환도 우울증을 유발한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을 갖고 있는 노인들은 정상인에 비해 우울증 유발 위험이 5배나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인천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만성 통증은 거동 불편으로 인한 독립 생활의 상실을 초래해 노인 스스로 고립감을 느끼도록 한다”면서 “만약 가족들이 이를 단순한 노환쯤으로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격리감까지 느끼게 해 우울증을 유발하는 복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활동 참여 유도 중요=우울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이는 뇌졸중이나 관절염같은 신체 질환부터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약물치료에 쓰이는 항우울제는 치료 효과가 매우 좋지만,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재발했을 경우엔 치료기간이 최소 12개월 정도로 늘어난다. 또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 오심,구토,소화장애,두통,발한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으므로 이땐 의사와 상의해 약을 바꿔야 한다.
가족들의 각별한 보살핌은 특히 중요하다. 우울증으로 의심되면 이를 병으로 받아들이도록 해 되도록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격려해줘야 한다. 이 땐 특히 환자가 갖는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증상에 대해 비난하거나 다그쳐서는 안 된다.
자원봉사,종교생활,재취업 등 사회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의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등의 시설을 이용해 꾸준히 활동하도록 돕거나 취미생활,운동 등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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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마지막 고비 ‘노인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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