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동물의 수명을 많게는 10배까지 연장할 수 있는 페로몬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팀은 ‘예쁜꼬마선충’(C.elegans)의 성장 과정에서 휴면을 유도하는 페로몬을 처음으로 발견, ‘다우몬(daumone)’으로 명명했다고 2일 밝혔다. 페로몬은 동종 동물끼리 교신을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3일자)에 주요 논문으로 소개됐다.
사람이나 동물에 기생하는 선충(線蟲)은 생리수명이 평균 14일이지만 생식기가 생기기 전인 유충의 상태에서 먹이가 없어 휴면에 들어가면 수명이 그 휴면기간을 포함해 10배인 140일까지 늘어난다. 백교수팀은 선충의 유충이 움직이지 않고 잠을 자는 ‘장수유충(휴면유충)’이 되었다가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생리적인 활성을 찾아 여생을 살게 됨에 따라 수명을 10배로 늘리는 과정을 추적해 다우몬을 찾아냈다. 과학계에서는 그동안 선충을 휴면 상태로 들어가게 하는 물질을 찾아내지 못했으나 이번 연구로 30년간 가려져 있던 비밀을 풀게 됐다. 연구팀의 정판영 박사는 “다우몬은 선충이 과밀상태나 환경스트레스(열, 화학물질 오염), 식이고갈 중 어느 하나라도 느끼게 되면 장수유충으로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팀은 또 다우몬의 구조가 탄소 13개로 구성된 아주 작은 유기분자임을 밝혀내고 이를 인공적으로 다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다우몬을 대량으로 생산해 다른 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백교수는 “인간에게도 다우몬과 비슷한 물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다우몬 수용체를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며 “연구가 성과를 거두면 공상과학에 나오는 냉동인간처럼 인류가 살기 어려울 때 잠시 휴면에 들어갔다가 다시 깨어나 활동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실현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소나무 재선충’의 경우 다우몬을 이용해 영구적인 장수유충으로 유도하면 친환경적 살충제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우몬이 분비되면 선충이 체내 당대사를 정지시키고 엄청난 양의 지방을 순식간에 축적시켜 비만상태가 되는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비만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제 목 : [경향]“수명연장 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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