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당뇨·가족력·비만등도 심혈관질환 원인
고혈압 치료하면 뇌졸중 발병 40%선 낮아져
오랜 세월 땅에 묻어 놓은 수도관은 그 안에 불순물들이 생겨 차츰 관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수돗물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약해진 부분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다. 우리 몸 안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바로 혈관이다.
혈관은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이유로든 좁아지면 피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데 한계수준을 넘어서면 협심증ㆍ심근경색ㆍ뇌경색ㆍ뇌출혈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부른다. 식생활의 서구화 등 전반적인 사회환경 변화로 이러한 환자들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건양대학교병원 배장호(심장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동맥경화에 대해 알아본다.
◇혈관 섬유화가 이상증상 원인=인체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는 동맥은 심장박동에 따라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혈관 벽의 탄력성을 유지해야 한다. 내면은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동맥벽에 기름기가 끼거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좁아지고 굳어지는 현상을 동맥경화라고 부른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막 안으로 침투하고, 그로 인해 여러 물질이 분비되면 동맥 내막은 점점 두꺼워진다. 또 콜레스테롤과 이를 섭취한 세포 등이 축적되면서 혈관안쪽으로 돌출하게 되는데 이를 죽종(내부가 마치 먹는 죽과 같다는 의미)이라고 한다. 주위가 섬유화 하여 점차 단단해지는 임상적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을 죽상동맥경화라고 하는데 흔히 죽상이란 용어를 떼어내고 동맥경화라고 부른다.
동맥이 좁아지면 좁아진 부분을 통과하는 혈류는 심각한 장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바로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동맥내부가 좁아지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불편한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한계 이상 좁아지면 비로소 그 말초에 빈혈현상이 생겨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때는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이다.
◇동맥벽의 손상이 원인=동맥경화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동맥벽에 가해지는 손상 때문으로 보인다. 동맥벽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제일 내측이 얇은 단층의 세포로 된 내막이며, 중간층은 평활근육세포로 된 비교적 두꺼운 층으로 동맥벽의 탄력성은 이 곳이 있기 때문이다. 제일 외측은 외막으로 동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동맥 내막에 물리적 또는 생물학적 손상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내막층이 갈라지거나 얇아져 혈액 속의 단핵구ㆍ임파구 등 세포들이 내막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증식인자를 분비, 평활근세포와 결체조직세포가 증식해 동맥벽이 두꺼워진다. 여기에 혈액속 혈소판들이 내벽에 들러붙어 조금씩 죽종을 형성해 혈류를 방해한다. 이런 동맥벽의 변화는 주로 혈류의 자극을 많이 받는 동맥의 굴곡부위에 생긴다.
◇흡연 등 위험인자도 다양=동맥경화를 잘 일으키고 진행을 촉진시키는 위험인자로는 고콜레스테롤혈증(240㎎/㎗ 이상)ㆍ고혈압(140/90㎜Hg 이상)ㆍ흡연ㆍ당뇨병ㆍ가족력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운동부족 과체중(비만)도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남녀노소, 인종에 관계없이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혈중수치가 1% 상승하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2~3% 높아진다. 콜레스테롤은 죽종의 주요 성분으로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을수록 동맥벽에 지방이 많이 축적된다.
고혈압도 문제다. 고혈압은 현재 우리 국민들의 동맥경화성 질환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유병률이 무려 27.8%로 미국(24%)보다 높다. 그리고 65세가 넘으면 50%가 넘는다. 혈압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의 澁萱㎸窩？높아지며 치료할 경우 뇌졸중은 35~40%, 심근경색은 20~25%, 심부전은 50% 이상 감소한다.
흡연역시 무시할 수 없다. 흡연이 동맥경화성 질환을 일으키는데 관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을 하는 남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에 의한 심장병의 발생이 3~5배 높다. 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70%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당뇨가 있으면 당질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혈중 지방질의 농도가 높아져 동맥경화가 형성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에 비해 동맥경화에 의한 사망률이 2배 높다. 비만할수록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을 가능성도 높지만 비록 혈압과 혈중콜레스테롤이 정상이라도 비만 자체가 동맥경화를 일으키기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박상영 의학전문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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