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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조선]결혼 4년이상 늦어지고, 아이 1명 덜 |
결혼 4년이상 늦어지고, 아이 1명 덜 낳아
아이 안낳는 한국.미래가 없다<1부 ③>
팀장=김동섭기자 dskim@chosun.com
이진동기자 jaydlee@chosun.com
김영진기자 hellojin@chosun.com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이경은기자 diva@chosun.com
1972년 경기여고 졸업생 구진숙(51)씨. 24세 결혼, 25세 첫 아이 출생, 현재 1남2녀.
1992년 숙명여고 졸업생 최종희(31)씨. 27세 결혼, 29세 첫 아이 출생, 현재 1남.
1950년대 6·25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와 산업개발이 한창이던 70년대에 태어난 ‘가족계획 세대’들은 결혼과 아기 낳기에 대한 가치관이 어떻게 변했을까.
본사 취재팀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1953~54년생인 서울의 경기여고 60회 졸업생과 73~74년생인 81회 숙명여고 졸업생을 무작위로 각각 50명씩 조사했다. 경기여고 졸업생들은 초등학교 때 5·16을 겪고, 3~4공화국 ‘박정희 정부’ 시절에 대학을 다닌 세대로 현재 51~52세이다. 숙명여고 졸업생들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 표어가 곳곳에 나붙던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로 현재 31~32세이다.
50명 전원이 결혼했다. 평균 결혼연령은 24.82세. 가장 늦게 결혼한 경우가 33세(1명)였다. 평균 자녀 수는 2.14명으로 2명(33명)이 가장 많았고, 3명(9명), 1명(6명), 4명(2명)순이었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기여고 졸업생 구진숙(51)씨는 “우리 때만 해도 4명 이상의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 큰 데다, 아이를 많이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며 “2명씩 낳는 것이 일반적인 풍조였으나, 3명이상 낳은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첫 출산은 결혼 후 평균 2.04년. 결혼후 2년 이내 출산이 72%(50명 중 36명)에 달했다.
50명 중 미혼이 34%인 17명이나 됐다. 기혼자 33명만 따지면 평균 결혼연령이 26.8세이지만, 미혼자들이 올해 모두 결혼한다고 가정하면 28.6세로 올라간다. 평균 결혼연령이 20년 새 무려 4년 이상 늦어진 셈이다. 이지현(32)씨는 “결혼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미혼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동기생 중 결혼한 33명의 평균 자녀 수는 1.12명이었다. 1명(19명)이 가장 많았고, 2명은 9명, 자녀가 없는 사람은 5명이었다. 20년 새 기혼여성들이 1명씩 덜 낳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혼자들 중 47%는 앞으로 아이 2명을 낳겠다고 답했고, 27%는 자녀를 두지 않거나 1명만 낳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혼자의 실태를 보면 자녀 2명을 둔 경우는 27%에 불과했고, 자녀가 없거나 1명만 있는 경우가 그보다 2.6배인 73%였다. 결혼 후 나이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아이 낳기를 꺼려 실제 이들도 1명 이상 낳기가 수월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첫 출산은 결혼 후 평균 2.57년. 하지만 결혼 2년 이내 출산은 46%(28명중 13명)에 불과했다. ‘신혼’ 기분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결혼한 숙명여고 출신 장석경(32·회사원)씨는 “아이를 낳을 계획은 있지만 부부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여고·숙명여고 졸업생들이 보여준 경향은 통계청의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경기여고 졸업생들이 결혼할 당시인 1978년 전국의 여성 평균 결혼 연령은 23세였고, 자녀수는 3.1명이었다. 숙명여고 졸업생들이 결혼이 많이 이뤄지던 2000년에는 26.5세였고, 자녀 수는 1.47명이었다.
이처럼 20년 만에 급격하게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자녀수가 줄어든 주된 원인은 여성들이 직장 갖기를 원하고, 자녀 양육도 가족에서 부모만이 떠맡는 추세로 바뀐 데 있다. 더욱이 여성들이 행복의 중심을 결혼과 자녀에게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자신의 장래 인생에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따지는 가치관이 변화한 것도 큰 원인이 된다고 장혜경 여성개발원 가족·보건복지연구부장은 진단했다.
교원대 김태헌 교수(사회교육과)는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은 개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므로 쉽게 성공했던 정책이었다”며 “그러나 이처럼 떨어진 출산율을 올리려면 개인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도록 정부가 복지, 양육, 교육 쪽의 환경 조성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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