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도 불치병도 아니다
치매는 난치병인가 불치병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열리는 치매 관련 각종 학술대회에서 낙관적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매를 풀 열쇠를 찾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서유헌 교수의 말이다.
치매란 과연 어떤 질환이며,풀리지 않는 치매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오늘날 뇌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보통 성인은 1000억개의 뇌세포 중 하루 10만개가 자연사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 수 십만∼수 백만개가 죽어 뇌기능이 뚝 떨어지는 것이 치매다.
돌보는 가족들에게 말 못할 고통을 안기고 환자 간호 때문에 주변 가족도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리기 쉽게 하는 복합적인 병이 바로 치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수는 65세 이상 노인 265만여명의 8.3%인 22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세계적으로 최소 1200만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그 수가 해마다 늘어 2050년께 3배에 가까운 36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자들의 치매 특성은 원인불명의 알츠하이머형이 절반을 웃돌고,뇌혈관의 이상으로 인한 것이 30∼40% 정도. 나머지는 알코올중독 우울증 엽산결핍증 등의 후유증으로 치매가 생기고,이들중 상당수는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증세가 회복된다.
◇무엇 때문에 생기는가〓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원인 물질로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에 주목하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단백질 덩어리. 뇌세포 밖에서 세포 간 신호를 주고 받는 ‘시냅스’에 얽혀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 세포를 파괴한다.
이에 비해 타우 단백질은 뇌세포 원형질의 미소관(微小管)에 얽혀서 미소관을 꼬아 망가뜨리고 마침내 세포를 죽인다.
한편 치매와 연관있는 유전자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21번 염색체의 APP 유전자 △1, 14번 염색체의 프리세리닐 유전자 △19번 염색체의 ApoE₄유전자 △12번 염색체의 알파2마크로글로불린 등이 치매를 유발하거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유전자란 얘기다.
◇아직은 예방이 최선〓치매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은 지금처럼 금방 될 듯하면서도 뚜렷하게 잡히는 게 없는 상태에서 몇 십년을 끌 수도 있다고 뇌 과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치매를 이기는 최선의 길은 예방 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왕성한 뇌활동이 필요하다. 머리를 많이 쓰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 물론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처럼 끊임없이 정신활동을 해도 치매에 걸릴 수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불 때 왕성한 정신활동이 발병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최근 노인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책과 신문을 읽고 글자 맞추기 퀴즈 등 뇌활동을 하면 뇌 기능의 저하가 덜하지만 TV만 보면 뇌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부부끼리의 모임을 많이 갖고 △취미 게임을 즐기며 △봉사활동에 참가하면 좋다. 배우자 자녀와 얘기를 많이 나누되 잔소리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기수 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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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나’ 를 잊어버리는 망각의 늪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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