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질환에서 수술은 의료진이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치료법이다. 학계에서도 수술을 자제하면서 치료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2003년 척추질환의 수술 건수가 2000년 대비 283%(200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나 늘었다. 그 이유가 뭘까.
최근 척추전문 자생한방병원의 조사에서 ‘척추환자들이 병원을 찾기까지 무려 평균 1년4개월이 걸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척추질환이 심한 환자들은 이보다 5개월 긴 평균 1년9개월로 나타났다. 병원을 늦게 찾은 사람일수록 질환이 더 악화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요통 방치가 심각한 척추질환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것이 수술을 해야 하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방심이 척추질환 악화 부른다=요통환자들이 수술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요통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란 생각으로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요통을 호소하고 또 곧바로 회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요통이 오더라도 일반적으로 참는다. 하지만 3일에서 1주일 이상 지속되는 요통은 단순 요통이 아니다. 척추 구조물의 손상을 의심해 보고 악화되기 전에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자가 요법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다. 요통이 생기면 먼저 찜질이나 마사지 혹은 파스 등 외용제를 애용한다. 자생한방병원 조사에서도 중증 척추질환을 앓는 환자의 80%가 병원을 찾기 전까지 이러한 자가요법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일시적 처치법이지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 아니다. 이런 방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키운 사람들이 많다.
척추질환을 ‘갑작스러운 사고 후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에도 전환이 필요하다. 척추질환은 갑작스러운 사고, 외상보다는 일상생활의 잘못된 자세나 습관 등이 장기적으로 쌓이면서 발생한다. 즉 생활습관병이다. 잘못된 자세나 생활습관으로 오랫동안 허리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약해지고 피로가 누적된 디스크가 사소한 충격에 의해 탈출하는 디스크 탈출증이 대표적이다.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비용·시간 절약할 수 있어=똑바로 누워 한쪽 다리를 90도로 들어올렸을 때 다리가 90도로 올라가지 않거나 허벅지가 아프고 땅긴다든가, 까치발로 걷거나 발가락 부위 혹은 발꿈치를 들고 걸었을 때 걷기가 불편하고 힘든 경우 등에는 척추질환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척추질환은 정확한 검진 후 적응증에 맞는 치료를 받게 된다.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척추질환이라도 치료 시기를 앞당기면 인체에 무리가 없는 비수술 치료로도 충분히 회복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의학의 비수술 치료법=한의학에는 추나요법과 추나약물요법이라는 대표적인 보존적 치료가 있다. 비뚤어진 뼈와 근육을 수기(手技)로 교정하는 치료인 추법과 나법을 포함하는 일련의 치료법을 말한다.
추나요법은 밀 추(推), 당길 나(拿)라는 글자 그대로 인체를 밀고 당겨서 비뚤어진 뼈를 바르게 맞춰 주는 치료법이다. 인체의 근육과 뼈, 관절들이 정상 위치에서 비뚤어지면 그 뼈가 둘러싸고 있는 연부 조직(혈관·인대·신경근막)들이 붓게 되는데, 그럴 경우 근육과 인대들은 오랫동안 긴장하여 뭉치게 된다.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통증이 생기게 된다. 추나요법은 이렇게 비뚤어진 부위를 맞추어 주고 모든 것을 정상대로 회복시켜 원활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디스크가 밀리지 않아 통증이 멎게 된다.
청파전, 양근탕, 용각교탕으로 대표되는 추나약물요법은 3단계로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단순 디스크 질환에서 뼈가 퇴행되고 신경이 손상돼 움직이는 것도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퇴행성 디스크 질환까지 뛰어난 임상효과를 보인다.
이 밖에 통증뿐 아니라 허리 주변의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침 요법이 활용된다. 침을 맞으면서 움직이는 동작침법(MST)은 참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빠른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양의학의 비수술 치료법=디스크 질환의 경우 비수술 요법들이 다양하다. 척추를 위아래로 잡아당겨 수핵이 들어가도록 하는 견인요법과 굳어진 근육을 부드럽게 하는 온열요법,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요법 등이다. 또 주사를 이용한 방법으로는 영상증폭장치(C-ARM)로 통증을 유발하는 문제의 신경을 정확히 찾아가는 주삿바늘을 통해 약물을 주입, 통증의 악순환을 차단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약물요법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거나 수술을 시행할 수도 없을 때, 수술 이후에도 계속 통증이 있을 때 적용한다.
정맥주사요법도 있다. 디스크는 탈출증이 있을 때 염증물질(TNF알파)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신경에 손상을 주거나 신경뿌리로 가는 혈류 공급을 감소시켜 허리와 다리를 저리고 아프게 한다. 정맥주사요법은 바로 이 염증물질 차단제를 링거액에 섞어 정맥에 투여함으로써 디스크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미국 나사(항공우주국) 소속 우주인들이 우주여행 중 무중력 상태에서 추간판(디스크) 높이가 증가하면서 요통이 해소된다는 점에 착안, 지구에서도 이와 같은 또는 유사한 환경을 재현해 허리 질환을 치료하는 ‘부분 무중력 감압 치료’ 방법도 있다. 부분마취가 필요한 비수술 요법들도 있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탈출한 디스크에 눌려 통증을 유발하는 섬유테의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가느다란 관으로 문제의 디스크를 감싸 고주파 열을 전달해 신경을 차단한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단계 발전한 ‘수핵 성형술’도 등장했다. 100Khz의 주파수를 발생하는 0.8㎜의 가는 주삿바늘을 문제의 디스크 내에 삽입한 다음 제4의 물질상태인 플라스마 장(고밀도 이온장)을 만들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 수핵 부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조원익 기자 wick@segye.com
〈도움말: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정벌 부장, 인천 힘찬병원 신경외과 서동상 과장, 조은병원 도은식 원장〉
◆허리 건강 테스트
1. 디스크 탈출 알아보는 테스트
- 똑바로 누워 한쪽 다리를 90도로 들어올린다. 다리가 90도까지 올라가지 않거나 허벅지가 땅기고 아프면 디스크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다리를 번갈아가며 실시해 본다.
-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걷기 힘들면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
- 발가락 부위를 들고 발뒤꿈치로 걷는다. 걷기가 불편하고 힘들면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
2. 골반이 틀어졌는지 알아보는 테스트
- 침대에 똑바로 엎드려 발뒤꿈치를 붙이고 다리를 쭉 뻗는다. 이때 한쪽 다리가 짧으면 골반과 척추가 틀어진 것이다.
3. 디스크 퇴행 여부 테스트
- 의자에 한 시간 이상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거나 잘 펴지지 않으면 퇴행성 척추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일할 때는 허리가 아프지만 쉬면 통증이 없어 꾀병처럼 아프다면 퇴행성 척추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30분 이상 걸으면 허리부터 다리까지 저리고 땅기면서 아파 더 이상 걷기 힘들지만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서 다시 걸을 만하다면 퇴행성 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 새벽 또는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고 일어나서 움직이면 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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