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 15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한 여성의 생명을 연장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급식 튜브를 제거해 숨지게 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법원은 이 여성으로부터 급식튜브를 제거하도록 해달라는 남편의 요청을 인정해 튜브 제거를 명령했으나 연방 상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 튜브 제거를 막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의 긴급한 조치들을 취했다.
테리 샤이보(41)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15년 전인 1990년 갑자기 쓰러진 뒤 한동안 심장이 멎어 뇌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이때부터 그녀의 남편인 마이클 샤이보는 그녀를 한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돌보기 시작했으며 그녀는 급식튜브를 통해 물과 음식물을 체내에 공급해야 했다.
마이클은 아내가 더 이상 그런 상태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급식튜브를 제거할 것을 주장했지만 테리의 부모는 그녀가 자기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서 튜브 제거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번졌으며 요양원이 있는 플로리다주 피넬라스의 순회법원 판사인 조지 그리어는 18일 테리로부터 급식튜브를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미국 하원은 이날 테리와 마이클 샤이보에게 청문회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보내면서 요양원측은 청문회때까지 그녀를 계속 생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부개혁위원회는 그리어 판사의 판결에 대한 항소장이 접수되는 동안 튜브 제거를 일시적으로 연기할 것을 그에게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테리의 부모의 입장은 낙태반대 등 생명존중을 주장하는 민간단체들과 빌 프리스트(공화.테네시) 상원 공화당 대표, 데니스 해스터트(공화.일리노이) 하원의장,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의 지지를 얻었다.
하원이 이날 소환장을 발부하는 동안 상원은 테리와 그녀의 남편인 마이클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이것은 판사의 급식튜브 제거 판결에 맞서 테리의 생명을 당분간 연장하려는 시도였다. 의회의 소환장이나 초청장을 받은 사람들은 연방 형사법에 의해 "증인의 출석이나 증언을 방해하려는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양원측은 판사의 판결에 따라 18일 이미 테리의 급식튜브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급식튜브를 제거하는 경우 그녀는 몇주일후에 숨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의 변호사인 조지 펠로스는 "의회의 조치는 마이클을 억압하는 것이며 마치 옛소련의 정치국 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면서 "의회는 입법기구이지 어떤 명령을 내리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테리 샤이보는 평화롭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은 17일 이 문제가 복잡하다면서도 "심각한 의문과 상당한 의심이 있을 때 우리 사회, 우리 법, 우리 법원은 생명을 선호하는 가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 급식튜브 제거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테리의 급식튜브가 지난 2003년 법원의 판결로 제거됐을 때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플로리다 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샤이보의 급식튜브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권한을 자신에게 주는 이른바 `테리의 법'을 긴급히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으며, 연방대법원은 이 문제를 심리하기를 거부했다.
k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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