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식물, 조상세대 유전정보로 유전자 변이 수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식물들이 부모의 윗세대로부터 유전정보를 물려받아 지니고 있다가 부모로부터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을 경우 이를 스스로 수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퍼듀대학 로버트 프루이트(식물ㆍ식물병리학) 교수팀은 과학저널 '네이처(24일자)'에서 식물들이 오래 전 조상들로부터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비밀창고를 물려받아 유전자 변이가 생겼을 때 이를 수리하는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조상세대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이용해 변이를 수리하는 현상은현대 유전학이 예상치 못한 것이며 100년 이상 받아들여져 온 유전법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컴퓨터에서 전에 열람한 문서를 저장했다가 나중에 볼 수 있는 캐시 기억장치와 유사한 것으로 식물들이 여러 세대 전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여겨져온 유전자의 복사본을 저장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식물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저장된 유전정보 일부를꺼내 변이를 수리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기능은 갑작스런 돌연변이나 환경위협 등에에서 식물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정보 저장과 활용 과정을 밝혀내면 식물의 질병을 통제하고 다양한 새로운 작물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이나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결함의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식물 유전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에 나타난 비정상적인 유전에서 이 현상을 발견했다.

줄기와 꽃에 변형을 초래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애기장대끼리 수정을 해서 만든 후대 식물 중 일부에서 할아버지세대 위의 정상형질을 나타난 것이다. 이는 1800년대 멘델이 발견한 유전법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프루이트 교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식물끼리 수정을 했는데도 후대에 10% 정도에서 할아버지 세대의 정상형질이 나타났다"며 "현대 유전학에서 이런 현상은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식물들에 대한 분자수준의 연구결과 이 식물들은 최소한 4세대 위의 조상들이 가지고 있던 유전암호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유전정보는 RNA 형태로 저장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는 조상세대의 유전정보 저장기능이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런 기능이 동물과 식물에 널리 존대하는지, 어떤 경우에 어떤 과정을 통해 작동하는지 등 새로운 연구과제를 과학계에 남기고 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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