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알로 다양한 질환 치료·예방
하나의 약물이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 ‘멀티 플레이어 약물’이 최근 제약업계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은 더 정확한 약성을 확인받기 위한 대규모 임상실험 도중에 우연히 다른 질병의 치료나 예방 효과가 발견돼 원래 기능에 적응증을 추가하는 경우지만 근래 들어서는 적용 연령이나 성별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약물의 다기능화’ 현상은 장기간 복용이 필요한 만성 질병 치료제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소위 ‘웰빙 약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약물은 비용절감 효과뿐 아니라 각 질병에 따라 여러 약을 복용해야하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신체적 부담 혹은 불편함까지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의료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알로 일석 삼조 효과=어떤 질병 치료를 타깃으로 개발,승인되었다가 또 다른 질병의 치료 및 예방 효과가 있음이 밝혀진 약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른바 ‘멀티 플레이어’ 약물의 원조는 ‘두통약’으로 잘 알려진 아스피린(바이엘). 원래 해열·진통제로 개발된 아스피린은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밝혀져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도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장암,결장암 발생을 줄여주는 효과도 증명되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리피토(화이자)도 ‘만능 탤런트’ 약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리피토의 주 기능은 혈액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 지단백)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것. 하지만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심장마비 위험을 줄여주는 임상효과가 인정돼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승인 받았다. 또 현재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병 예방과 골다공증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중이다.
항우울증 치료제 프로작(릴리) 역시 다양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일찍이 식욕억제 효과가 발견돼 비만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으며,월경 기간중 우울감과 유방통증 등 ‘월경 전 증후군’의 예방 약물로도 승인받았다.
또 다른 항우울증 치료제인 웰부트린(GSK)은 우울증 치료효과 보다도 담배맛을 떨어뜨려 니코틴 금단 현상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인정받아 금연 치료제로 더 많이 처방되고 있다.
한국인에게 많은 상부 위장병인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넥시움(아스트라제네카)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멸균 효과를 인정받았으며,여성 골다공증 치료제인 에비스타(릴리)는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C형 간염치료제인 페가시스(로슈)는 최근 B형 간염 치료제로 추가 승인받아 간염 치료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정신분열증 치료제인 클로자릴(노바티스)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자살을 예방해 주는 약물로 승인받았다.
그밖에 올해 FDA 승인을 앞두고 있는 아콤플리아(사노피-아벤티스)는 개발 단계서부터 ‘금연 효과와 비만 치료,심혈관계 질환 예방’이라는 다기능 약물로 디자인된 첫 약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령,성별 처방 확대=성인용으로 판매하던 전문 치료제를 어린이나 청소년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성인용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제니칼(로슈)은 지난해 만12세 이상 어린이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적응증 확장 승인을 획득했다. 천식 치료제인 세레타이드(GSK)도 성인용이었던 것을 4∼11세 소아 대상 천식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는 고지혈증 약물중에서는 유일하게 만 10∼17세 소아 적응증 승인을 받아 처방되고 있다. 또 흔히 어른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궤양 치료제 프레바시드(아스트라제네카 등) 역시 12∼17세 청소년 위산 역류질환의 단기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한편,성(性)을 뛰어넘어 ‘영역’을 넓혀가는 약물도 있다. 폐경후 여성의 골다공증 치료제로 개발된 포사맥스(MSD)는 최근 기존 효능을 업그레이드시켜 남성 골다공증 치료제로도 추가 인정받았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약물의 이같은 ‘탤런트화’ 경향은 현재 잘 나가는 ‘슈퍼 브랜드’ 치료제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다기능으로 디자인된 신약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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