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안 키우는 신약 속속 개발
간경변·간암 원인…만성화 조심
▶ 만성 B형간염 환자는 성분 미상의 약제를 피하는 대신 자신에게 적합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사진은 만성 간염환자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중앙 포토]
‘이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할 때다’.
B형간염은 전세계에서 20억명이 감염되고, 이중 3억5천만명이 만성병으로 진행함으로써 해마다 100만명씩 사망자를 내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우리나라에만 280만여명의 환자가 존재하고, 이웃 중국은 1억2700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3∼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제40차 유럽간(肝)학회’에서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B형간염 정복의 길을 알아본다.
◆ B형간염의 세계화=B형간염은 환자의 혈액.정액.질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원래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호발하던 후진국 병이었다. 실제 같은 유럽이라도 부자 나라 프랑스엔 환자 비율이 인구의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난한 알바니아는 전국민의 18%나 된다.
그러나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B형간염의 국가 간 장벽이 깨지고 있다. 터키 앙카라의대 시한 유르다이딘 교수는 "간염환자가 적었던 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알바니아인들의 유입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 결과 B형간염 중등도 국가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통상 유병률이 2% 이하면 간염환자가 적은 국가, 2~7%면 중등도, 7% 이상이면 환자 수가 많은 유행지역으로 꼽힌다.
◆ B형간염의 정체=이 질환은 감염 시기, 감염 당시 유입된 바이러스 수, 감염자의 상태, 바이러스의 타입 등에 따라 질병 경과가 다르다.
영국 왕립의대 성매리병원 하워드 토머스 교수는 "어머니로부터 감염된 신생아는 90~95%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지만 성인은 감염 후 5%만 만성화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만성간염으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모두 간경변.간암.간부전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감염 당시 인체에 들어온 바이러스 양이 많을 때, 간세포 파괴가 심한 경우,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한 환자에서 병이 진행한다.
또 감염자의 상태도 중요하다. 노인이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 마약 중독자, 비만, 흡연자는 질병 경과가 나쁘다.
◆ 넓어진 치료제 선택=B형간염 바이러스는 변신의 명수다. 따라서 현재까지 바이러스를 완전 박멸시키는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바이러스 수치를 낮추는 치료제는 개발된 상태다.
프랑스 패트릭 마세린 교수는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높을수록 간암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약은 바이러스 유전자 복제에 필요한 효소를 차단,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이다. 라미뷰딘이 처음 개발돼 널리 사용됐으나 1년 이상 장기 복용시 해마다 20%정도의 환자에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 약효를 볼 수 없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독일 하노버의대 미카엘 만 교수는 "현재 라미뷰딘 내성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아데포비어(지난해 국내 도입), 내성 바이러스 발생률이 매우 낮은 엔테카비어(최근 미국 FDA공인), 페가시스(약효가 긴 인터페론) 등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만성간염 환자의 치료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학회에 참석한 아주대병원 내과 조성원 교수는 "약은 환자의 상태.병세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단 내성 바이러스가 생긴 뒤 다른 약으로 바꾸기보다 처음부터 내성바이러스 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파리=황세희 전문기자.의사 |
제 목 : [중앙]B형간염 바이러스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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