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가운데 숨진 10명 중 4명은 응급조치만 제대로 받았다면 살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1일 발표한 응급의료 운영체계 평가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진흥원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전국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사망한 202명 가운데 39.6%는 '최단 기간에, 최적의 병원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응급의학과 정구영 교수는 "응급조치를 신속하게 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의 대다수는 교통사고.추락 등 외상 환자"라고 지적했다. 이들 응급 외상 환자는 최초의 1시간이 생명과 직결된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신경외과 전문의로부터 신속하게 수술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경외과 의사가 24시간 응급실에 대기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
일반인이 응급조치에 대해 기본상식이 없는 것도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다. 심근경색 환자에게 심실세동(일종의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가족들은 발만 구르는 것이 보통이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환자가 숨지는 경우도 많다. 이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은 5~10배 높아진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박규남 교수는 "선진국에선 생명과 직결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법에 대해 중.고교의 정규 수업시간 중 매년 15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한다.
어설픈 응급처치가 화 불러=응급의학자들은 응급조치 상식이 없는 일반인이 섣불리 환자를 돌보다가는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93년 목포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허리가 손상된(심한 통증 호소) 여성 환자를 무리하게 항공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척추신경이 손상돼 평생 장애인(하반신 마비)이 된 것이다.
자동차 사고시 가해자나 주변 사람이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에 옮기는 것도 잘못된 응급 상식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 생명이 단축되거나 치명적인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5~10분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안전한 방법이다.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 증세로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때 설탕물.사탕 등을 먹일 때도 주의해야 한다. 기도를 막거나 폐렴을 일으켜 환자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목 : [중앙]응급환자 10명중 4명 초기 조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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